일간 보관물: 2017/10/16

20171013~1015

여성생활기술캠프를 2박 3일동안 진행했다. 경천면 도시민민박에서 묵었다. 가지를 혼자두기 그래서 데리고 갔고 시간과 기력이 남으면 일기를 쓰려고 키보드를 챙겨가기는 했는데 쓰지는 못했다.

13(금) 첫째날엔.

아침에 가지를 데리고 카페에 나가서 소희씨에게 사랑을 잔뜩 받았고 윤정쌤, 소희씨에게 책을 팔고 사인을 했다. 조미쌤도 가지보러 들러서 동결건조간식(북어)를 주고 갔다. 일찍 가서 모여라 땡땡땡에서 지정을 기다리면서 놀면서 미리 챙길 거 챙기고 사람들 기다리려고 했는데 1시 되어서 넘어갔다. 지정과 은지가 벌써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밥을 먹고, 창업보육센터에서 지정에게 짐을 받아서 숙소에 갔다. 부녀회장님께 키를 받아 문을 열고 아침식사용 토스트기 등등을 깔고, 챙겨간 책들을 전시했다. 시간 남을 때 사람들 슬슬 둘러보라고, 참고도서를 좀 샀고 집에 있던 것들도 들고 갔다. 이동하는 책장을 만들어도 좋겠다. 내일 프리젠테이션할 때 거실 텔레비전을 쓸 수 있는지 체크해보라고 했는데 잘 안되는 것 같았다. 프로젝터를 쏘아야할지, 저녁에 다시 판단하기로 하고 다시 모여라 땡땡땡으로 갔다. 수원쌤에겐 책을 한 권 선물로 드렸다. 그동안 사랑받은데 비하면 약소할 정도로 고마운 분이니까.

가지를 방에서 입구쪽으로 옮겨두고 참가자들을 기다렸다. 희진님. 보경님이 속속 도착했고 자전거를 타고 흐름님도 도착했다. 서울에서 온 차가 한 대 도착하니 네 분이 한꺼번에 우르르르. 지정씨는 삼례에서 맡긴 문을 찾아오면서 지금님도 데리고 왔다. 은지씨가 집 공사 때문에 늦고 퇴근후 출발하는 두 분을 제하면 오실분은 다 오신 상태로 차려진 식사를 먹으면서 공식 일정 시작.

숙소로 이동해서 자리잡고 앉아 자기소개하고 두런두런 이야기했다. 서란과 키키가 지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땡땡땡 소개도 하고 책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나도 별채로 가서 가지랑 잤다. 버리와 성희님을 기다리려고 하다가 늦어져서 그냥 해산.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진행.

14(토) 둘째날.

아침에 가지를 데리고 옆집으로 출근. 역시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 신났다. 버리 침대로 가서 가지랑 버리를 깨우고 우성희의 요가를 조금 따라하고 구워준 빵을 먹고 달리를 기다렸다. 프리젠테이션 때문에 창업보육센타로 이동했다가 갈까, 어쩔까 하다가, 빔프로젝터를 벽에 쏘아서 진행했다. 달리와의 이야기 시간도 정말 좋았다. 감동적이어서 울뻔. 사람들도 다 좋아하는 거 같았다.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더 좋은 프로그램이 된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기도 하고.

점심은 소라쌤이 짜장밥을 만들어주셨고 먹고 지은씨네로 이동. 네시간이 정해진 시간이었고 앞서 한 시간 이상을 집을 둘러보며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하나 조금 우왕좌왕하는 통에 나는 조금 지루하고 답답했는데 현장일이라는 게 다 그런것 같다. 정확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사이에 약속이 없었나했는데 그런건 아니었고 작업자들의 특징인것도 같았다. 내가 실습이라고 지레 겁을 너무 많이 먹고 초보자를 배제시킨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강사 선생님들을 믿고 대응할 수 있도록 소규모 인원을 만들었으면서 말이다. 강사 선생님들과 참가자분들과 준비한 지정씨를 계속 의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직접 작업을 시작하니 그걸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활기가 생겼고 사람들이 하나둘 직접 해볼 수 있는게 많아지니 더 신났다. 미경도 연두를 데리고 촬영하러 와서 재미있는 분위기가 생겼다. 아기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워크숍이라니. 중간에 지은네 옆집 할머니께서 지은이가 없는 사실에 원통해하셨는데 그걸 지정과 남현이 커버해주고 사사롭게 재미있는 풍경이 여럿 있었다. 잡부 진남현의 역할도 제때제때 재미있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이동해서 생리대만들기 바느질 워크숍을 진행했다. 7시부터 진행하는 건 무리였고 역시. 씻고 준비하고 정리하고 하니까 8시가 다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 게다가 정은도 오후에 빡세게 알바를 하고 돌아와 영혼이 털린 상태라고 미안해했다. 그래도 자유롭게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쉴사람은 쉬면서 좋은 시간이었..을 거다. 나도 9시 반쯤 들어와서 잤다.

15(토) 세쨋날.

새벽에 가지 체크아웃시키느라 집에 다녀왔다. 화장실이랑 가지 짐만 해도 가득이라 일찍 집에데려다 놓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러고 다시 8시에 숙소로 돌아와서 빵먹고 이야기하면서 놀았다. 카페에 들러 커피콩을 챙겼고 숙소에서 커피를 좀 내려마셨다. 나한테 인상적인 에피소드 하나. 일다기자였던 나랑님이 여성주의 활동을 한 게 있냐 물었다. 단어나 말투. 너무 꼴페미 티가 난다고. 하하하. 인증받는 거 같아서 기쁘고 재미있었다. 굳이 페미니스트다, 여성단체다, 그런 모임이다 말하지 않아도 여성이란 정체성은 (내가 뭘 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고 그에 둔해지지 않고 긴장하고 산다면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페미니스트인 것은 당연하니까.

땡땡땡으로 갔고, 커피 내린 걸 목수님들께 드리고, 남은 것도 다 내렸다. 커피를 내리는 건 역시 즐겁고 기분좋은 일이다. 내가 마시는 것도 남이 마시는 것도. 오늘은 처음부터 아예 목수님 두 분과 팀을 나누어 조명부, 환풍기부로 나누어 진행했다. 확실히 실습위주로 작업하니 활기가 넘쳤다. 그리고 두 분 선생님이 정말 마음에 걸리는 거 하나 없이 잘 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격스러웠다. 지루하거나 심심한 건 적응하면 되는 문제인고 시간이 좀 지나 친해졌다고해서 ‘풀어지는’ 기색이 보이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내가 이런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런. 딱. 그런 선생님들. 본인들은 잘하고 있는지 애매하다고, 참가자분들이 다들 잘하셔서 뭘 가르친건지 제대로 한건지 모르겠다하셨지만 당신들이 잘해주셔서 그런 분위기가 생긴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 행복한 날이다. 신나서 역시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점심을 먹고 다같이 평가하는 시간은 못가졌지만 선생님들 말씀은 한 마디씩 들었고 정말 감동적이고 좋은 시간. 나는 계속 눈물이 날것 만 같다. 다들 잘 돌아가고 땡땡땡에서 쉬면서 이영미 출판기념회에나 갈까 싶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서울차에 타있던 혜민이 핸드폰을 두고 가서 용진로컬까지 배달했다. 가는김에 지금, 희진님을 모시고 구경삼아 쇼핑을 갔고 돌아오는 길에 군청앞 육교에서 지정과 바톤터치. 혜민은 배송료로 멜론 사주고, 지금님은 타로 봐준 복채로 포도 사줬다. 마지막 뒷정리할 때 수원쌤이 요플레 안 풀었다고 남은 거 내가 욕심쟁이처럼 와르르 다 챙겨왔다. 신난다.

이영미 출판기념회에서 진심으로 축하하고, 내 책도 한 권 팔고, 우성희에게 전할 사인도 받았다. 그리고 5시에 카페로 출근. 9시까지만 후다다다닥 일해서 정리까지 다 마치고 퇴근했다. 생각만큼 피곤하지는 않다. 욕조에 몸을 담궜다. 우성희는 내가 신나서 일을 열심히 한다고 놀렸는데… 앙 난 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본성이 성실한 사람. 이영미 출판 기념회에서 희숙쌤이 마음이 쓰인다며 몸을 좀 만져주셨는데 엄청 아픈건 아닌데 그냥 눈물이 좀 났다. 이렇게 즐겁고 고맙고 행복한 날이지만 그래서 더 안아줄 이 없고 쓸쓸한 게 드러나서 슬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떡해. 그냥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만큼 잘 살아야지. 가지랑 같이. 가지도 씩씩하게 잘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