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20분 기차를 타야하니까 여유롭게는 7시 40분쯤 나가야한다. 6시 반에 눈 떠도 뒹굴뒹굴거리면 금방 시간이 지나니까 게으름을 맘껏 피울 여유는 없다. 그래도 대전 놀러가는 건 기대되는 일이니까. 머리감고 예쁜 옷 골라입고 삼례역으로 갔다.
일찍 도착해서 시내 스타벅스에서 점심시간이 되기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져간 블루투스 키보드 건전지가 다 되었는지 힘들어서 그냥 커피마시며 시동을 걸던 중에 ㄱㅇㅅ가 일찍 왔다. 육아휴직 중인걸 몰랐네. 그래서 점심시간에 나오는 줄 알았는데 여유있게 점심먹고 영화도 같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데다가 휴직중이라 스트레스가 덜해서 그런지 내가 처음에 만났던 좋아하는 모습의 ㄱㅇㅅ여서 좋았다. 작년에 한창 스트레스 많을 때는 짜증이 심해서 이 남자 친구로 못두겠군. 버려야하나,까지 생각했었는데 사랑한다면 역시 그 시간을 기다리고 미워하지 않고 버리지 않아야 하는 거였어. (아마 내가 남들을 괴롭히는 괴로운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그러할 테지)
점심은 ㅂㅇ과 근처의 일본라멘집으로 먹으러 갔다. ㅇㅇ에게 추천을 받아 검색한 집. 도시음식이면서 이 친구들의 식성에도 크게 미안하지 않은 집으로. 스파게티와 파스타 같은 도시음식이 먹고 싶었지만 저녁에 ㅇㅇ랑 먹으면 되니까. 대전에 살 때처럼 점심을 먹고 극장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구석에 들렀다가 오후에 어디 동네에서 예술하는 사람들 전시 오픈이랑 연극제 개막식이랑 보러 다녔다. 커피 마시면서 ㄱㅇㅅ 타로 카드로 앞으로의 자기 계획에 관한 것도 봤다. 논문쓰고 졸업하는 건에 대해서. 영화 끝나고는 11월에 구석에서 할 행사에 대해 기획회의를 했다. 저녁엔 저자와의 대화같은 행사를 하고 싶고, 아침에는 커피를 내리고 싶다. ㄱㅇㅅ가 출근하면서 들를 수 있게 새벽부터 나오려고 했는데 출근을 안하다고 하니 ㅇㅇ보고 오라고 하든가해야겠다. ㅇㅇ랑 저녁먹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는데 성심당 프라잉팬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아주 맛있게 먹고 행복한 결혼생활하라고 타로도 한번 봤다. 좋은 사람.
오늘은 한국어교원자격시험 필기발표날이었는데 세상에나 붙고 말았다. 정말 너무 어려워서 떨어졌을 거라고 가채점도 하지 않았는데 놀랍고 고맙고 신기하다. 면접까지 준비해서 붙어버리면 좋겠다. ㅈㅇ도 붙었다고 시험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했는데 시험운이 좋아서 붙을거라 기대했던 ㅂㄹ는 안됐다고 미안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랬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늘 너무 잘 놀아 기분이 좋아 되려 혼자인 게 쓸쓸했다. 잘 놀다오면 혼자인게 더 잘 느껴지니까. 그래서 좋은 날 자축의 의미로 맥주 한잔하고 신나게 트위터에 떠들다가 잤다. 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