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7/10/19

20171018

8시 20분 기차를 타야하니까 여유롭게는 7시 40분쯤 나가야한다. 6시 반에 눈 떠도 뒹굴뒹굴거리면 금방 시간이 지나니까 게으름을 맘껏 피울 여유는 없다. 그래도 대전 놀러가는 건 기대되는 일이니까. 머리감고 예쁜 옷 골라입고 삼례역으로 갔다.

일찍 도착해서 시내 스타벅스에서 점심시간이 되기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져간 블루투스 키보드 건전지가 다 되었는지 힘들어서 그냥 커피마시며 시동을 걸던 중에 ㄱㅇㅅ가 일찍 왔다. 육아휴직 중인걸 몰랐네. 그래서 점심시간에 나오는 줄 알았는데 여유있게 점심먹고 영화도 같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데다가 휴직중이라 스트레스가 덜해서 그런지 내가 처음에 만났던 좋아하는 모습의 ㄱㅇㅅ여서 좋았다. 작년에 한창 스트레스 많을 때는 짜증이 심해서 이 남자 친구로 못두겠군. 버려야하나,까지 생각했었는데 사랑한다면 역시 그 시간을 기다리고 미워하지 않고 버리지 않아야 하는 거였어. (아마 내가 남들을 괴롭히는 괴로운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그러할 테지)

점심은 ㅂㅇ과 근처의 일본라멘집으로 먹으러 갔다. ㅇㅇ에게 추천을 받아 검색한 집. 도시음식이면서 이 친구들의 식성에도 크게 미안하지 않은 집으로. 스파게티와 파스타 같은 도시음식이 먹고 싶었지만 저녁에 ㅇㅇ랑 먹으면 되니까. 대전에 살 때처럼 점심을 먹고 극장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구석에 들렀다가 오후에 어디 동네에서 예술하는 사람들 전시 오픈이랑 연극제 개막식이랑 보러 다녔다. 커피 마시면서 ㄱㅇㅅ 타로 카드로 앞으로의 자기 계획에 관한 것도 봤다. 논문쓰고 졸업하는 건에 대해서. 영화 끝나고는 11월에 구석에서 할 행사에 대해 기획회의를 했다. 저녁엔 저자와의 대화같은 행사를 하고 싶고, 아침에는 커피를 내리고 싶다. ㄱㅇㅅ가 출근하면서 들를 수 있게 새벽부터 나오려고 했는데 출근을 안하다고 하니 ㅇㅇ보고 오라고 하든가해야겠다. ㅇㅇ랑 저녁먹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는데 성심당 프라잉팬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아주 맛있게 먹고 행복한 결혼생활하라고 타로도 한번 봤다. 좋은 사람.

오늘은 한국어교원자격시험 필기발표날이었는데 세상에나 붙고 말았다. 정말 너무 어려워서 떨어졌을 거라고 가채점도 하지 않았는데 놀랍고 고맙고 신기하다. 면접까지 준비해서 붙어버리면 좋겠다. ㅈㅇ도 붙었다고 시험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했는데 시험운이 좋아서 붙을거라 기대했던 ㅂㄹ는 안됐다고 미안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랬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늘 너무 잘 놀아 기분이 좋아 되려 혼자인 게 쓸쓸했다. 잘 놀다오면 혼자인게 더 잘 느껴지니까. 그래서 좋은 날 자축의 의미로 맥주 한잔하고 신나게 트위터에 떠들다가 잤다. 좋은 밤이다.

20171017

아침에 일어나 방청소를 개운하게 했다. 빨래도 하고 가지 오줌냄새가 혹시 사라질까 싶어 몇날며칠 말려두었던 극세사 이불도 세탁기에 돌렸다. 아침에 산책도 30분 정도.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이 우르르르 가지를 에워싸고 격하게 이뻐했는데 좋으면서도 좀 조심해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때 카페로 출근하면서 홍홍에 책을 다섯 권 가져다두면서 팔아달라고 했고, 카페 재고도 5권으로 맞췄다. 전환기술 효진님이 카페에서 사가시면서 사인해달라셔서 기꺼이.

11월에 서울 강연이 잡혔다고 출판사에서 연락왔다. 워크숍 형태로 말만하는 거 말고, 뭐든. 당연히 좋지. 대신 돈을 벌러 가는 건지, 쓰면서 가는 건지만 확인하고 싶어서 건조하게 ‘교통비와 인건비’는 누가 부담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도 너무 돈돈거리나 싶어 조금 불편했지만 궁금한거니까. 중요한거니까. 교통비는 출판사부담이고 강연료는 참가자수 비례로 서점과 출판사가 공동분담이라고. 여튼 내돈내고 가는 판촉행사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아르바이트도 빼고 가야하는건데.

이번주 서울강연 한 개, 다음 주 완주에서 한 개, 다음 달에 대전과 서울에서 각 1개씩. 행사가 잡혀 바삐 움직이는 것도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제주 미래책방에서는 랜선사인이벤트 공지를 내걸었고 손님에게 문자로 보내주기로 했다.

5시에 퇴근하면서 치킨이나 먹자고 하려했는데 치킨동료는 일이 늦게까지 있고 나는 고기가 먹고 싶어서 목살이나 좀 구워먹으려고 마트에 갔다. 근데 저녁식사 준비하러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정육코너에 늘 사람이 있고 줄도 서 있고 그래서 그냥 옆에 있는 순대 사왔다. 아삭이고추랑. 압력솥에 쪄서 물러터지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분식집처럼 솥에 약한불로 쪘다. 얌얌 맛있게 먹었다.

오후에 오랜만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43세 남성과 선보라고 그래서, 짜증은 안내고 지난번 기억을 상기시켜드렸다. 직업도 없고 못생기고 뚱뚱하고 키도 작고 내세울 것도 없다고 (내가) 자존심 상했던 거 기억안나냐, 엄마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니냐. 그랬더니 그렇지 않다고. 책이 나와서 엄마도 뭔가 내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우야튼 그거 만나자고 바쁜 내가 갈 시간은 없고 여기 오면 시간이나 한 번 맞춰보시든가 그랬다. 그사람도 부모들이 안달이 난 거겠지. 그래도 내가 여유로워져서인지 엄마한테 짜증은 많이 안 냈다.

카페에서도 사장의 마음으로 정수기 수도꼭지가 고장나서 주문했다. 내가 있을 때 교체작업하면 좋을텐데 내일 쉬니까 잘 모르겠다. 구경하고 싶은데. 봉동읍내 합기도장 보다는 전주시내쪽 주짓수나 크로스핏 알아보자고 얘기하면서 11월 운동계획도 슬슬 세우려고 한다.

퇴근해서 자기엔 이른시간인데 뭔가 좀 쓸쓸해서 연애담을 보려고 네이버스토어에, 가입을 하고, 비밀번호를 바꾸고, 모바일결제 어쩌구저쩌구하는 우여곡절을 거쳐 반쯤 보다가 사랑얘기 너무 부러워서 다 못보고 껐다. 그냥 잠이나 자려고. 내일 일찍 대전가야하니까 일찍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