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도 숙박객의 동거인과 마주치지 않는 성공적인 투숙을 마치고.
조식은 닭죽. 닭과 각종 재료를 넣고 푹푹 끓이기만 하면 된다는데 나는 그런 건 내가 만드는 음식이 아니고 **가든에서만 사먹거나 엄마가 해주는 거라고만 생각했던 거 같다.
안부르고 혼자고침에 그렇게 내 일이라고, 최소한의 사람구실을 하고 살자고 썼는데 내 삶 곳곳에도 이런 저항들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다음엔 나도 닭죽을 집에서 끓여먹어보겠노라 다짐하면서
어제와 오늘, 말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도 다 고맙고 좋은 말,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어서 피곤하지는 않아. ㄴㄴ와 어제 오후에 한 팟캐스트 회의에다가 오늘까지 ㅇㄱ 과 나눈 이야기까지.
구산동 도서관마을도 구경하고 ㅇㄱ이 이사하면서 남은(?) 등기구와 커텐봉을 챙겨들고 왔다. 하하하. 작은방 커텐봉 길이를 착각해서 잘 못사서 또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생기다니. 주방 등기구도 직접 갈아보고 싶다. 지난 캠프에서 배웠으니까. 신난다.
기차타고 버스타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 오니 너무 좋은데, (지난밤에 고양이랑 놀아주십사 부탁드린 분도 무사히 다녀가셨고) 기운이 빠지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칼국수를 먹고 싶은데 나가서 사먹을까, 라면을 사와서 끓일까, 그때 누구에게 같이 가자, 하고 싶은 사람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으니까 아쉬워하면서 그렇게 뒤척거리다 며칠전 땡땡땡에서 얻어온 시래국에 밥말아 먹었다. 밥을 하는 건 햇반을 사러가서 데워오는 것보다 쉬운일.
그리고 또 뭘했더라. 책을 읽고 싶었는데 잘 안 되었고, 비밀보장 한 편을 들었고, 우리의 팟캐스트에 대한 궁리를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이름을 정했다! 하하하하. 역시 시너지가 나는 친구와 떠는 수다는 너무 좋지.
그냥 트위터보고, 멍하니 누워서 우리 가지랑 놀다가 잤다. 그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스팸이나 소세지, 맛있는 햄을 먹고 싶은데! 명랑핫도그도 없는 이놈의 동네. 내일 치킨을 먹을 거니까 치킨을 사먹는 것도 조금 참자.
가지는 하루 혼자 자서 외로웠든가 날이 추워져서든가 내 옆에 꼭 붙어 있다. 심지어 팔을 베고 자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 아아아아 사랑스럽다. 내일은 가지와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 잘 다녀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