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7/10/23

20171023

내일 삼례책공방에서 저자와의 대화 행사가 있어서 준비를 하려는데 너무 졸려서 못하겠다. 우선 일기만 쓰고 새벽에 일어나서 해야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더라.

아하. 남원 무아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어났지. 6시쯤 눈이 떠져서 살금살금 내려와 일기를 썼고, 우리 가지는 밤새 귀엽고 편안하고 사랑스럽게 나랑 ㅂㅇ이랑 ㅇㄷ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잘 지냈어. 아침엔 지리산 둘레길을 살짝 산책했고 일행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돌아왔지만 점심도 잘 먹고, 집에 와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대전으로 떠났다.

ㅇㄹ와 ㅇㄷ과 같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아무말이나 하면서 노는 만담 너무 재밌다.

나는. 카페 출근을 준비하면서. 편집자님과 카톡으로 다음달 서울행사에 대해 의논했다. 동시에 내일 삼례행사 담당자분과도 얘기하고. 한시간도 전에 카페로 가서 느긋하게 일할 준비. 관리비와 도시가스 요금이 나왔다.

카페는 너무너무너무 한가해서 민망할 정도. 마감을 하고나서도 시간도 에너지도 남아서 청소기로 바닥청소까지 마쳤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내일 행사 준비해야하는데 졸려. 새벽에 해야지.

20171022

오늘은 대전친구 ㅇㄷ ㅂㅇ과 남원에 가기로 한날. 어젯밤 피곤해서 1박 2일용 가방을 싸놓고 자지는 않았다. 가지도 데려가야하니 챙길게 많을텐데. 하며 일어나 화장실용 박스, 이동장, 밥과 물을 챙겼다. 목줄도. 

친구들은 10시쯤 도착한다는데 집에 커피가 똑 떨어졌다. 나가서 사올까 하다가 콩을 좀 볶았다. 정말 오랜만이다. 이사 즈음 밥을 차려먹기 시작했는데 이제 콩도 볶아. 이야 진짜 정말 괴로운 계절은 끝났다. 

친구들은 10시 반에나 도착했는데 갓볶은 커피맛이 나쁘지는 않아 다행이다. 제법 좋았다. 커피 마시고 가지 태워서 남원으로. 

알아가는가게는 진심 아름답고 귀엽고 잘 해놨다. 우리집에서 멀지도 않아. 한 시간이면 온다. 대전도 마찬가지. 내 생활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직접적인 계기, 자신감이 생겼다. 

추어탕먹고, 혼불문학관 둘러보고 산책하고, 탕수육 먹고 떡볶이 먹고 가지데리고 광한루원 산책하고. ㅇㄷ 타로카드보고 깔깔깔 즐거운 시간.

주말에 팟캐스트 관련 나눈 얘기가 너무 좋아서 우다다다 회의록을 정리하고 공유했는데 내가 급하다는 핑계로 (그것도 당사자에게 지적받고나서 알게됨) 뜬금없이 반말을 했더라. 그냥 반말도 아니고 ~하렴체. 손윗사람들 이모나 선생, 어르신들이 우아하게 하대하는. 지적받고 얼마나 부끄럽고 얼마나 뜨끔했는지. 

말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ㅇㄱ은 대충 오타라고 얼버무리지 않아 고맙다고 훈훈하게 마무리했지만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꼰대가 되기는 얼마나 쉬운가. 그이가 나보다 나이 어린 여자가 아니었다면 절대 안 할 실수라는 점은 명백하다. 우리의 문자대화를 여러번 복기해본다. 지워버리고 싶지만 보고 또 본다. 여자, 나보다 어린 동료, 후배, 청소년들에게 특히 늘 긴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 일이 나를 한뼌쯤은 키워줬기를 바라면서. 

그나저나 가지는 ㅂㅇ을 너무 좋아해서 샘이날 지경이다. 무릎에 올라가고 같이 잘 놀고 무사히 여행에 적응한 것같다. 집에서보다 얌전하고 밥도 덜 먹지만 인간도 잠자리바뀌면 잘 못자는 친구 있는 것처럼 이정도는 감당할만한 스트레스이길.

게스트하우스도 너무좋다. 히히.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