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7 10월

20171004

어제 일찍 자서 일찍 일어났따. 4시 반이었나 5시였나. 어제 읽던 마리씨 책을 다시 훌훌 읽었다. 오랜만에 유쾌하고 기분좋은 독서. 재밌었다. 

7시부터 8시까지 한 시간이나 산책했다. 책 보고 기분이 좋아서 뭐라도 막 움직이고 싶어서 나가서 걸었다. 오늘은 뒷쪽 공원까지 꽤 멀리 나갔다. 신기해하며 이뻐하는 여성분을 한 분 만나 맘껏 가지의 신통방통함을 뽐냈다. 기분 좋다. 

시시하지 않게 살겠습니다, 를 단숨에 읽고 감명받아서 영지쌤한테 문자보내고 트위터에도 올리고, 혼자 여운을 즐겼다. 만화는 그저 그랬는데 작가와 작가 가족의 살아온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만화를 보면 다르게 느껴질것 같다. 다음 책으로 위근우 프로불편러 일기를 집었고 기분좋게 읽고 있다. 가지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보고, 낮잠도 좀 자고 여유있게 12시에 출근했더니 카페는 이미 초토화. 오전에 사장님 혼자 엄청 바쁘셔서 도와달라 전화할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나도 앞치마도 못하고 정신없이 일하다가 한가해진 틈을 타서 밥먹고 두세시 넘어가기 좀 한가했다. 5시 넘어서는 윤정쌤이 송편이랑 전 등 명절음식 가져오셔서 맛있게 한 상 차려 다 같이 먹었다. 막걸리도 한 잔 주셨는데 역시 못 먹고. 배불리 저녁은 얻어먹었다.

집에 올 때 어제부터 계속 생각났던 와인을 카페에서 한 잔 얻어왔다. 하우스와인 한 잔이라고. 그거 마시고 기분좋게 쉬었다. 그것도 술이라고 조금 취하고 쓸쓸해져서 물받아 목욕을 할까 유쾌한 영화를 한 편 볼까 하다가 가라앉지 않는 식욕을 김부각한봉지로 달래고 그냥 잤다. 생리전증후군 때문이겠지..한다.

20171003

몸이 너무 무겁다했더니 역시 배란기다. 아침에 가지가 똥싸서 그거만 후딱 치우고 다시 7시까지 누워있었다. 추워서 그런지 녀석이 이제 다시 옆으로 와서 잔다. 그루밍을 열심히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겠다. 귀여워서 잠자리에서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같이 뒹굴거릴 수 있어. 

어제 마시려고 싸온 커피를 아침에야 마신다. 밀크티팬에 살짝 데워 마시고, 가지도 물을 내줬다. 함께하는 티타임. 아이구 이것도 귀여워. 세상 다 쉬여운 거 투성이야. 

아침식사는 샐러드. 장봐온 당근, 파프리카, 치커리를 차리고 종란쌤에게서 사온 토종가지랑 어제 먹고 남은 버섯을 구웠다. 으아아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운 야채. 가지 밥상도 나란히 차려서 내 음식에 달려들면 밥그릇을 톡톡 쳤더니 자기 밥을 먹었다. 귀여운 녀석. 

아침 산책을 하다가 묘주랑 바람쐬러 나온 샴고양이를 만났다. 그 친구는 산책을 하는 건 아니고 목줄도 없이 얌전히 아저씨 품에 안겨있었다. 인사시켰는데 그 친구가 벌벌 떨고 하악질해서 짧은 만남. 밥 차려놓고 카페에 출근했다.

카페는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바빴다. 지난 어린이날 만큼 바쁘진 않았지만 그에 버금가게 바빴고 그땐 다른 일하는 친구가 하나둘 더 있었지만 어제는 사장님과 단 둘. 힘들었다. 연휴내내 마감까지 일하는 사장님이 조금 안스러워서 하루쯤은 마감을 하겠다고 했더니 그렇잖아도 상가집 갈 일이 있다며 저녁에 3시간 더 일했다. 마감까진 안하고 머신만 씼고 퇴근했다. 그래도 너무 피곤. 

집에 와서 다른 걸 할 기운이 없어서 그냥 재밌는 책을 읽고만 싶었다.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야마자키 마리 <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를 기분좋게 죽죽죽 읽었다. 

20171002

4시에 가지가 똥싸서 치우느라고 깼다. 다시 누워 잠들었다. 냄새가 너무 심해서 얼른 치우는 게 나나 가지를 위해서 좋으니까. 일어나는데 손이 붓고 몸이 찌뿌둥하다. 누워서 7시까지 뒹굴다가 일어나 차 한 잔 마시면서 일기도 쓰고, 이거저거 생각도 좀 정리했다. 

그러다 목욕하고 싶어서 욕조에 물받아서 몸을 담구니 살 것 같았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몸을 좀 담구고 싶었다. 기분좋은 아침시간. 며칠전 먹다가 버리지 않고 냉장고에 넣어둔 올리브치아바타를 뜯어먹고나니 기운도 났다. 늦었지만 출근전까지 산책을 하자고 가지를 데리고 나갔다. 역시 기분이 좋아. 

녀석은 또 밖에서 똥을 쌌지. 우리집 베란다 아래쪽 흙밭이 녀석이 좋아해서 전용화장실로 쓸 모양이다. 이렇게 나다니니까 벼걸리지 않도록 어서 병원에 다녀와야지. 1시까지 카페 출근하라고 하셨는데 일찍 가서 느긋하게 밥도 먹을겸 12시 반까지 갔는데 알고보니 12시반이었다. 시간표를 그리고 읽는 방법이 달라 서로 오해했다. 그래도 12시반에 가서 바쁜거 함께 했으니 다행이다. 

점심은 돼지고기 김치찌게. 맛있게 먹고 적당히 바쁘게 근무도 마치고 오늘만 30분 더 일해서 5시 30분에 퇴근. 오는 길에 봉동 로컬푸드에 들러서 추석맞이 장을 봤다. 버슷스파게티해먹을 면이랑 버섯, 떡볶에 해 먹을 떡이랑 오뎅, 샐러들 해 먹을 치커리랑 파프리카. 달걀이랑 토마토를 못 산게 아쉽지만 내일 고산에서 사도 되고, 없으면 없는대로 하면 되고. 마트가 엄청 복잡했는데 주차도 잘하고 쇼핑도 잘했다. 장하다. 

퇴근하자마자 멸치 삶아 육수만들어 떡볶이를 했다. 그리고 상은 나랑 가지랑 겸상으로 차렸다. 지난번 탕수육 먹을 때처럼 달려들지 않도록 멸치로 밥상 같이 차리니 너무 귀엽고 재밌다. 냠냠 맛있게 먹고 영지쌤이랑 두시간 가까이 수다떨고 10시쯤 잤다. 헤헤. 행복해.  

20171001

일요일이자, 열흘이나 되는 기이이이인 추석연휴의 첫날이다. 아니 어제부터니까 둘째날. (아~무 상관이 없으니 헷갈린다) 이럴 때 직장인이 아닌 게 너무나 원통하지만 그러려니. 올해부터는 추석인데 오냐고 엄마가 묻지도 않으신다. 물론 안 간다고 미리 말했다. 고맙고 재밌다.

연휴에 다음에 쓸 책 구상해보겠다고 했는데 나는 연휴라고 특별히 다를게 없으니 차근차근 정리해봐야겠다. 아하, 연휴라고 다른 카페동료들이 다 명절쇠러 가서 일할 사람이 태 부족. 근무시간을 조정해서 조금 더 일하기로 했다.

오늘은 서울에서 사랑하는 미야와 엄마, 미야동생 수한이가 전주에 온다. 경기전에 들렀다가 콩나물국밥을 먹고 완주에 와서 한우를 나와 같이 먹고 사인을 받아가는 일정. 그냥 아침부터 같이 움직이려고 10시 반에 나의 페이보릿국밥집 남부시장 운암국밥에 갔다.

콩나물국밥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오목교에 올라갔다가, 교동다원에서 차를 마시고 완주로 왔다. 우리 엄마한테는 자꾸 짜증이 나는데 친구 엄마한테는 진심으로 성심껏 효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미안하고 그런다. 엄마한테 잘할 수 있을때 잘해야야하는데…
책 나온 것도, 카톡으로 알리면서 추석때 못가니까 서점에서 사서보시오. 그랬다. 나 너무 매정한 딸인가…. 지난번에 공부못해서 좋은 대학 못갔어도 좋으니 시집이나 잘 가게 키울걸 그랬다, 라고 말씀하신게 너무 충격적이었단 말이야. 집에 가봤자 좋은 소리도 안하시는데.. 집에 가지말고 우리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밖에서 우아하게 만나 식사나 하고 헤어집시다 어머니.

차도 막히고 일정도 조금 늘어져서 식사 시간이 다급해졌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30분 정도 늦게 출근. 식사를 마친 일행은 카페로 와서 커피를 마시고, 내 사인을 받아서 서울로 출발했다. 미야는 내가 돌아다니며 커피를 내릴 때에도 찾아와 주었던 나의 오랜, 사랑하는, 정말로 절친. 생각해보니 부산에도, 홍성에도, 남양주에도, 제주에도 왔었다. 여기서도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드립커피를 주문했고… 우리 사랑 영원히!

퇴근해서 집에오니 무척 졸렸지만 가지를 하루종일 혼자 두게 한 게 마음에 걸려 아주 쬐금 놀았다. 면피할 정도도 못될만큼 10분이나 15분 정도 놀았는데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더 놀 수 없었어 미안. 그리고 누워서 가지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이 녀석이 이불에 오줌을 쌌다. 흑. 뭔가 마음에 안들었구나. 미안해. 힝.
이불빨아야겠다. 근데 어떻게? 우선 구연산을 듬뿍 뿌려서 응급조치를 하고 내일 지켜봐야겠다. 안…빨아도 되면 좋겠다.

밤에도 우다다다 노는데 너무 궁금해서 누워있지만 보고 싶어서 손전등을 손에 꼭 쥐고 잔다. 어디서 뭐하는지 불비추고 찾아보려고. 창밖에 비오는 거 보다가, 한참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그렇게 나는 스르륵 잠들었다. 사랑해 가지야.

20170929~0930

금요일과 토요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금요일에는 아침 산책, 오전에 완두콩에 보낼 책 소개 원고를 하나 쓰고, 점심 기술캠프관련 목수님들과 점심식사 겸 회의, 끝나고는 교육 때 필요한 자재사러 전주 공구상가에 지정 키키와 같이 갔다. 끝나고는 은지씨랑도 같이 만나 맘스브레드에서 빵 먹고, 시간 맞춰 고산으로 와서 어제 만들다만 중문을 마저 만들러 갔다. 만드는 건 내가 아니라 목수님들이지만 가서 샌딩이라도 하고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해야하니까. 

가지는 나무도 타고, 가을 바람도 쐬고, 낙엽도 밟으면서 신나게 놀았다. 흙을 파고 똥도 싸고 강아지를 만나면 잔뜩 웅크리며 긴장하고. 이렇게 매일 너랑 여유있게 산책을 할 수 있는게 정말이지 꿈같은 일이야. 

점심 때 목수님들과의 회의도 좋았다. 신목수님은 책의 원고를 검토해주신 분이기도 한데 원래도 내가 좋아하는 분. 이번 교육도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하고 같이 해주실 곽목수님께도 페미니스트가 되어달라 요청했다. 

공구상가에 가서는 전동드릴파는 설비집, 환풍기 파는 공조집, 조명파는 전기집을 차례로 들렀다. 전동드릴 파시는 분은 도대체 너네 이거 어디다 쓸거냐고 의아해하면서 상담했지만 (젊은 여자들이 우르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게 신기했겠지) 무시하는 투는 아니었고 다른 집들도 소개시켜주셨다. 책을 가지고 있었다면 한 권 드리고 싶은 심정. 

아, 책. 큰언니는 친구에게 선물받은 다섯 권을 직원들과 나눠갖고 대량으로 구매해서 자기가 선물로 좀 뿌리겠다고 한다. 출판사에 할인가로 살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50권 산다길래 통크게 100권 사라고 했다. 출판사에 연락해서 주문하고 (약간 자비출판 느낌 나서 부끄럽긴했지만) 큰언니 부탁대로 사인도 열심히 하기로 했다. 

친구들과 도시분위기 한껏 나는 빵집에서 빵을 먹고 작업실로 돌아와 또 안절부절하며 중문 만드는 작업을 지켜보고 보조했다. 같이 작업하는 작은 목수 ㅎ은 이렇게 빨리 끝나는 작업은 없었다며 전문가 박소장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니 마음의 부담을 많이 갖지는 말라는 뜻으로 말했지만 (내가 그렇게 맘대로 이해함) 시중에서 내가 주문해서 가격을 치른다면 최소 50만원에 이렇게 아름답지도 않게 나올테지. 이건 정말 100만원 짜리인데 값을 따지기 어렵다. 박소장님은 아내가 자기집 고양이들을 위해 뭘 만들어달라고 할 때도 바빠서 못만들어줬는데 이렇게 한 걸 알면 정말 큰일이 난다고 함구하라는 명을 내리셨지. 박소장님도 누군가 필요한 걸 만들어주는데 보람을 느끼시는 좋은 분. 고마운 분. 물론 요즘의 내 기운이 지나치게 좋아서 운이 좋은 것도 많다. 주변에 착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은혜를 갚을 거야. (또 눈물이 나네)

11시에 작업을 마쳤고 이제 설치만 하면 된다. 계속 작업을 지켜봐주신 ㅎ쌤은 가시고 모닥불옆에서 박소장님과 작은 목수 ㅎ이랑 12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이주민이라 약간은 외롭고, 인간이라 생활을 고민하고, 사회인이라 관계를 노력하는 이야기. 주차장에 핀 꽃과 밤길 낭만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집에 오는 길에 ㅎ을 태우고 왔고 피곤에 쓰러져 갔다. 

다음날인 토요일도 일정이 빡빢하다. 완두콩 월마감이 어젯밤이었는데 늦지 않도록 오늘 오전중에라도 보내야한다. 아침에 부랴부랴 원고를 쓰고, 그림도 그리고 (마음에 든다) 가지가 초대받은 친구고양이 아비, 시냥이네 집에 갔다. 

혹시나 아비,시냥네가 집을 오래 비우면 가서 화장실도 봐주고, 그러려고 인사도 할꼄. 어짜피 오후에 마을 장터타로보러 출근할건데 가지를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여행ㅎ는 훈련을 시켜서 나중에 멀리멀리 함께 여행할 수 있도록 하려고. 다른 고양이들 만나는 것도 어떤지 보고. 책도 사주셔서 출장사인회도 했다. 제주친구네 책방에 보낼 랜선사인 이벤트 공지도 썼지. 하하. 

시냥이랑은 엄청 하악댔다. 우리는 그런 모습조차 너무 귀여워서 사진찍고 난리였지만, 혹시 이런거 우리 가지한테 스트레스인가, 나 좋자고 너무 학대하나 그런 걱정도 들기는 한다. 그래도 산책 매일 시키고 사랑하고 더 좋아지라고 계속 노력할거니까 함께 노력하자 가지야. 고산시장으로 와서 홍홍에서 같이 피자먹고. 몇달도 전에 돈만 받아놓고 봐주지 못한 고교생 소녀의 타로를 봐주고 마을장터에 가지를 영업사원으로 대동하고 출근. 역시나 인기 대폭발.

방 한켠으로 쏙 들어가서 사람은 많이 못만났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무 상관도 관심도 없응게. 가지랑 누워서 놀다만 오면 되니께. 토리가 가지 화장실 걱정을 잔뜩하면서 화장실도 챙겨주셨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면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다니. 하하. 가지는 화장실가고 싶어요 라고 말도 못하니까. 오늘 하나 배웠네. 멀리, 오래 나갈 땐 화장실 들고 다녀야 한다. 

내일은 서울에서 미야네 가족이 전주에 온다고 한다. 고산미소에서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하다가 아침부터 내가 전주로 가서 같이 일정을 소화하는 걸로. 너무 짧게 만나면 아쉬우니까. 엄마도 동생도 다 알고 친한 사이니까. 

정말로 가을과 함께 좋은 일들만 계속 되고 있다. 슬럼프 끝. 복된 날들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