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7 11월

20171129

수요일 아침.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어젯밤에 서울에서 서점행사를 마치고, 새벽 첫차를 타고 전주역으로 온 뒤, 거기서 차를 몰고 바로 자동차서비스를 받으러 가는 거였다. 무리이긴 했지만 오늘이 아니면 센터예약을 하기도 너무 어려울거고, 어짜피 전주 나갈 건데 완주에서 전주로 가는 길에, 전주역에 잠깐 차 두고 다녀온다 생각하려고 했으니까. 어쨌거나 서울행사가 취소되었고 취소가 서운하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컨셉을 제대로 못 잡은거, 담당자랑 의사소통이 정확히 안 된 거, 그다지 열린 태도로 일하려하지 않는 듯한 인상, 취소 알림을 할 때도 ‘작가 개인의 사정’이라고 한 점, 뒤늦게 신청한 사람들에게 대응도 늦고 무성의한 점, 이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데, 일머리가 좀 부족한 것인지, 정말로 사람을 가려 일하는 것인지 그런 의심이 좀 들기는 했다. 다른 친구말로는 행사 안내 받아본 적이 없는데 문자로 왔다고 한 걸 보면 모집이 되지 않는데 나름 신경을 쓰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한다고는 한 거 같은데…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여러가지 신경쓸 게 많으니까. 유명하고 일도 많이 하는 곳이 왜 그럴까. 그렇다면 나를 우습게 본건가, 하는 의심을 지울수 없는 건데. 솔직히 기분이 많이 나쁘다기보다는 아이구 일 되게 못하네, 의 마음에 가깝다.

9시에 예약이니까 8시에 나서면 되겠다. 집에 커피가 없어서 카누를 마셔야 하나 한시간 여유가 있으니 콩을 볶을까 하다가 작년에, 무려 작년에 ㅅㅂ이 준 인도네시아 가루커피가 생각나 그걸 마신다. 6시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고 샤워하고 커피마시고 일기를 쓴다.

가지방 물그릇에 똥이 한 조각 들어가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니 왜 어쩌다가 이 사람 아니 이 고양이 정말 큰일날 고양이네. 화장실에서 싸고 놀다가 갖고 나와는지 뭔가 기분이 상해서 밖에다가 쌌는지 똥 한덩이가 작은 탁자 뒤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얼른 치워드리고 방도 한 번 닦았다. 엊그제 집을 비워서 빈정이 상하신 모양. 네 잘하겠습니다.

팔복동 자동차서비스센터에 갔다. 어렵지 않았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갔더니 알아서 안내도 잘 해주시고, 대기실도 너무너무 좋았다. 노트북 챙겨간 걸로 혼자서 이것저것 작업하면서 기다렸다. 한국어교원자격시험 면접 발표도 났다. 당연히 붙었다. 기분이 정말 좋다. 엔진오일도 갈아달라고했는데 너무 바빠서 사람이 밀렸다고 해서 그냥 왔다. 동네 카센터에서 교환해야지. 봉동사람들에서 카센터를 막 검색해서 어디가 괜찮다고 찾긴 찾았다.

리콜대상이어서 서비스를 받고, ㅅㅅ과 팟캐스트 녹음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서 만났다. 점심 먹고 이야기도 하려고. 그래서 팔복동에서 아중리로 가고 있는데 계기판에 점검등 들어오는 게 아무래도 이상해서 전화해봤더니 다시 돌아오는 게 좋겠다고 한다. ㅅㅅ에게는 미안하다 양해구하고 다시 센터로 갔더니 작업후에 뭔가 마지막으로 빼먹으신 모양, 그럴수도 있지. 초밥을 먹었고 어딘가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서 녹음테스트를 신나게 했다. 재미있었다. 차를 ㅅㅅ의 빌라 주차장에 대놨더니 건물주가 계속 전화를 해대서 신경쓰였던 거 빼곤 괜찮아 괜찮아. 좋은 방법을 찾은 거 같다. 맥북, 마이크 등. 토요일에 ㄲㄴ랑 ㅅㅅ이랑 다 같이 만나서 마지막 테스트 겸 회의하면 좋겠다.

자동차 밧데리를 껐다 다시 켜서 시계가 망가졌나봐. 시간이 안 맞아서 카페 출근을 너무 일찍 해버렸다. 앉아서 뭣 좀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하진 못하고 어영부영하다가 근무. 9시반에 마감하고 왔는데 너무너무 피곤하고 뭔가 허전해서 어제 먹고 남은 오뎅탕 끓여먹었다. 저녁으로 백여사 감자탕을 먹으려고 했지만 오늘따라 장사를 일찍 끝내셔서 황가네에서 설렁탕 먹었다. 오뎅탕은 아주 맛이 있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기웃거리는 가지랑 씨름하느라고 재미있었다. 사진을 한참 찍었다. 술도 한잔 하고 싶어서 토요일에 먹고 남은 뱅쇼랑 치토스랑 감을 먹었다. 생리할 때가 되어서 그런거겠지?

20171128

좋은 아침이다. 7시 전에 눈이 떠졌고 샤워하고 여유롭게 준비해서 7시 반쯤 나왔다. 언니가 바나나도 챙겨줬다. 8시에 나가면 출근길 정체에 시달릴 거 같아서 좀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7시 반도 이미 출근전쟁. 보조밧데리를 잠깐이라도 충전한다고 언니방에 꽂아뒀다가 두고 나올뻔했다.

기다리는 시간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을 다 하니 9시에 맞춰 병원에 도착했다. ㅇㄱ이 나가는 길에 잠깐 얼굴이나 본다고 병원으로 왔다. 짧은 시간에 우다다다 근황토크와 주말 만남의 기대까지. 바빴어. 9시에 오자마자 살림의원 진료접수를 하고 마치는대로 치과로 갈 생각이었다. 자궁경부암 검사와 자궁초음파 정기검진을 받았다.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은 정말 너무 친절하고 자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선생님이시다. 이전 원장님도 너무 좋았지만 확실히 전문가 포스가 느껴진다. 지금 상태가 어떻고, 내 자궁에는 이런 문제가 예상되니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이제는 적극적 조치를 할 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자고 하신다. 근종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어느 위치에서 자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중요하니까. 하나가 계속 커지고 내막을 눌러서 생리기간에 출혈양이 많아지면 적극적 조치가 들어가야 될 수 있다고.

여성호르몬이 자궁근종을 키우는 거니까 일단 지방 섭취량도 줄이고, 체지방도 줄이고, 동물성 지방이나 유지방도 끊어보라고 하신다. 생리양도 기록해서 한번 살펴보고. 생리에 관한 공부, 조사,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치과 진료도 좋았다. 스케일링했고, 잇몸이 아주 나쁜 상태는 아니지만 보험도 되니까 치료를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12월 서울 올 때 치료 받기로 예약했다. 윗니 하나에 문제가 좀 있어서 엄청엄청 시린것도 떼우기로 했다.

치과에서 바로 불러서 들어가느라고 살림의원 수납을 못해서 다들 당황하셨다고 한다. 급하게 가느라고 내가 말씀도 못드려서. 아이고 죄송해라. 어제 조합사업부에서 안부르고 혼자고침 잘 받았다고, 대기실에 두겠다고 연락주셨는데 아직 없는 것이 사무실에서 아직 안나온듯. 히히. 산부인과 선생님께 운띄워놓으려다가 삼개월 후에 해도 괜찮을 거 같아서 보류. 페이스북에서 보니 언니들의 병원놀이라는 곳에서 생리콘서트도 했더라고. 거기도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점심시간에 늦지 않게 시청으로 가서 ㅎㅅ을 만났고 쌀국수를 먹었다. 이태리 커피맛과 가장 흡사하다는 시청역 파스꾸치에서 에스프레소도 마셨지.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운데 얼굴 보니 좋더라. ㄱㅈㅅ의 소식도 듣고 두 사람의 내년 계획에 대해서도 들었다. 계속 오래오래 같이 놀고 싶었는데…

사당역으로 와서, 크리스피 도너스를 사고 (언젠가 ㅎㅇ에게 부탁할 일이 생길 때 사용할 몫으로 저장해두자) 광명역으로 셔틀을 타고 가서 여유롭게 기차도 탔다. 아 정말 너무 좋아 광명역. 나중에 들어보니 이케아와 코스트코도 가까워서 아주 쇼핑지옥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전주역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는 걸 생각했던 것처럼 삼례나 익산 주차장을 검색하다가 익산 서부 주차장이 연말까지 24시간 주차비 무료라는 것도 발견했다. 와. 익산까지 차로 30분. 익산에서 광명이 기차로 한 시간, 광명에서 사당까지 버스로 20분. 완주집에서 서울집 두 시간이면 간다, 너무 피곤하지도 않게, 이야. 신난다.

집에 와서 가지랑 한참을 놀았다. 아주 오래 비우지는 않아서 말썽은 안 피웠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놀고 싶어하더라. 히히. 화장실도 치우고 밥도 주고 같이 놀고 나도 각종 채소 구워서 두부랑 떡꼬치랑해서 저녁 먹었다. 그리고는 뭐라도 해야지 하면서 멍하게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아 중요한 일 하나 했다. 고타츠 조립. 탁자위에 커다란 테이블보 덮는 걸로는 고타츠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상판 밑으로 담요가 들어가야해. 그래서 상판 밑에 담요를 놓고 조립하듯 피스로 박았더니 아주 마음에 든다. 좋다.
필요하면 깔개를 깔아 쓰면 되니까. 가지도 좋아한다. 히히.

배가 고파져서 오뎅을 사다가 간단히 오뎅국도 끓여먹었다.

저녁에 가지랑 고산이라도 나가서 놀까 싶었는데 그냥 어영부영 쉬며 지내며 했다. 토요일에 ㄲㄴ 만날 계획도 세웠다. 내일은 ㄷㅈ을 만나 녹음 테스트를 해볼거고, ㅅㅎ에게 녹음장비 빌리는 걸 수소문 해봐야겠다.

20171127

피곤이 조금 풀려서 기운이 나기 시작하는 아침. 커피를 내렸고,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느라 귀여운 무늬 컵에 마신다. ㄱㅇㅅ의 여신, 정밀아를 듣는다. 가지는 데구르르르 신나게 뛰어놀고 나는 산책을 못나가 조금 아쉽지만 이 평온함에 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ㅈㅎ의 부친상 장례식장에 갈꺼다. 가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는 자리 같지만 가고 싶다. 다행이 어짜피 내일 아침 병원때문에라도 서울에 가려고 했었으니까 오늘 저녁에 가는 걸로 하면 된다. 아빠의 기일도 다가온다. ㅁㅇ랑 ㅅㅎ도 같이 가기로 했다. ㅎㄱ언니도 잠깐 얼굴보면 좋을텐데.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적당한 거리의 사람들을 만난다더니 그렇구나. 정밀아도 좋고. 지금 7시. 12시 반에만 출근하면 되니 아침에 살짝 걸을 수도 있겠다. 가지 오랜만에 오늘 나가볼까. 그렇게 삼십분 정도 산책했다. 아아아 귀여워, 나무도 타고, 보름만이던데 가지 그동안 답답했지. 미안. 앞으로는 신경써서 더 종종 나가보자.

ㅅㅎ이는 갑자기 회사일때문에 저녁에 장례식장에 못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굳이 퇴근시간을 맞출 필요는 없으니까 카페일을 대신 봐줄 분께 조금이라도 더 일찍 와주실수 있냐 부탁해서 기차표도 한시간 당겼다. ㅎㄱ언니가 6시에 간다고 했으니까 만나서 둘이 가기로 했다. 갈 사람 없으면 ㅁㅇ이 같이 가준다고 했는데 일원동 삼성병원 정말 너무 멀다. 카페 근무 마치고 2시 반에 차를 가지고 전주역으로 갔는데 주차장이 만차라서 당황하다가 전에 ㄷㅈ과 골목길에 있는 명산여관에 가느라고 주차했던 게 기억나서 골목을 여기저기 돌다가 마땅한 자리에 주차했다. 그리고 기차타고 서울행. 나쁘지 않은데, 많이들 주차해놓고 기차타러 가는 거 같았다.

용산행으로 끊었는데 또 보니까 광명역에서 사당으로 셔틀버스 타고 가서 사당에서 지하철 타고 움직이는게 나을 거 같아서 급하게 광명역에서 내렸다. 기차 안에서 셔틀버스 1천원, 이거 보고 어라 차비가 천원밖에 안해? 하고서 놀라서 내렸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차비가 천원이 아니라 천점을 적립해준다는 거였다. 그래도 어쨌든 새로운 방법을 알아내서 너무너무 기쁘다. 용산까지 굳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지 않아도 되고 광명역은 상대적으로 한산하고. 기차삯도 싸고, 셔틀비는 환승할인도 되고 좋다. 정말. 흠 앞으로 매번 이렇게 와야지.

삼성역으로 가서 병원갔고, ㅎㄱ언니 만나서 같이 들어갔다. 정말 오랜만에 ㅈㅎ 봤고 ㅎㄱ언니랑 도 한참 이야기했다. 좋았다. ㅇㄱ오빠 얼굴이나 보고 갈까 했는데 시간 안 맞아서 못 보고, 그냥 왔다. 그렇게 그렇게 소식듣고 그 중 한명이랑이라도 연락하고 지내면 되지.

ㅎㄱ언니가 고속터미널까지 태워줘서 ㅁㅇ언니 만나서 한참 이야기하고, 헤어질 때 작은언니가 초콜렛사오라고 해서 고디바초콜렛, 사가지고 들어갔다. 아이구 피곤해. 그래도 이쁜 케이스, 맛있는 초콜렛, 편한 집, 좋다.

내일 일 잘 보고 집에 가면 되겠다. 고단하지만 괜찮은 하루.

20171126

피곤하다 피곤하다 피곤하다 (지금은 27일 아침이고, 피곤이 조금 풀린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다. ㄱㅇㅅ의 여신인 정밀아를 듣는다)

26일 일요일 아침. 평소처럼 6시 반에 눈은 떠졌지만 화장실 다녀오고, 가지 화장실도 치웠지만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지는 못했다.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일기를 쓰면 내 하루의 시작이다. (지금은 27일 월요일 6:34 커피를 마셨고, 화장실도 여러번 다녀왔고 무려 화장실 청소도 했다)

10시에 ㅌㄹ ㅋㅋ와 ㅅㅇ댁으로 가기로 했다. 청년귀촌캠프 참가자들의 점심식사에 끼어 고기를 얻어먹을 예정이었다. 두 사람도 너무 피곤했겠지 11시 반에나 움직이게 됐다. 나는 10시에 겨우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일기를 쓰면서 하루의 일과를, 다음주에 할 일을 생각했다. 이번주는 대전에 다녀오고 행사를 치르느라 바빴는데 다음주도 서울가면 바쁘겠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우리에 도착하자마자 화덕난로 위에서 지글지글 잘 익고 있는 통삼겹살을 먹고, 김치볶음밥도 먹었다. 정말 맛있다. 히히. 제대로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나는 먼저 내가 챙겨간 젓가락으로 알아서 잘 먹고, 본격 식사 시간에는 달걀후라이를 하고 김치볶음밥 철판에 앉아서 마무리 요리와 서빙을 했다. 후식으로 커피도 마시고 사과도 먹었다. 다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자리는 너무 답답해서 거실에 혼자 나와 찬바람 쐬며 좀 앉아있었다. 목요일부터 이어진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아마 계속 피곤했던 거 같다. 그래도 누워서 수다떨고 쉬다가 용진로컬푸드 기념품 장보는 자리까지 따라갔다. 피곤해서 그만 집에 갈까 했는데 ㅋㅋ가 마지막 힘을 내게 도와주었다. 30분만 참고 달걀이랑 장봐서 가라고. 네네. 조금만 더 참자. 이제 정말 해산. 기념사진도 찍었다. 양배추, 가지도 같이 샀다. 오코노미야끼해먹어야지. 히히히히.

ㅎㅈ 댁 김장양념이 남아 땡땡땡으로 옮기는 과정을 마지막으로 조금 돕고, 아니 그냥 같이 따라가서 집구경을 하고, 진짜 진짜 마무리하고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집에 왔다. 고양이 밥 챙겨주려고 했는데 ㅈㅁ가 그릇시스템을 바꿔보자고 왔길래 그러려니. 넓은 화분받침대 같은 그릇에 다같이 먹으라고 줘보면 좋겠다고. 귀요미들.

어제 이야기장에 싸간 짐도 그래도 차에 있었고 캠프에서 남은 식빵이랑 과자도 챙겨와가지고 짐이 한 가득이다. 낑낑대고 들고 집에만 겨우 도착해서 한참을 누워있었다. 트위터에는 애호박대구남 이슈가 한창인데. 아이고 보기만 해도 너무 어질. 그래도 낙태죄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 브리핑이 있었다. 지켜볼 기운은 없어서 가지 옆에 한참 누워있다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면 좀 나을까 싶어 벌떡 일어나 욕조에 물을 받았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드라마틱한 기분이 나지는 않았다. 이걸로도 안되는구나. 잠이나 어서 자야하는데..하면서 배고파서 두부김치를 했다. 운암식당 콩나물국밥을 먹으면 힘이 날 것도 같았는데 갈 자신은 없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내 입에 들어갈 밥을 챙겨야 한다. 서글프기도 하고 그나마 단단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신김치에 스팸, 버섯, 양파, 파프리카를 넣어 볶고 뜨거운 물에 삶은 두부를 먹었다. 두부를 푹 익히지 못해 찬 기운이 씹혔지만 그래서 또 서러웠지만 맛있게 먹었다. 기운이 났고 그래서 잘 수 있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짐을 풀고 그럭저럭 피곤이 풀린것 같다)

20171125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했다. 고산이야기장에 타로카드를 펼치러 나갈거고, 저녁엔 일이 있다. 출판사에서 온 메일을 보니 화요일 행사는 참가자가 적어서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 무리한 일정하지 말고 취소하고 병원만 다녀와서 당일 내려와야겠다. 그래야 다음날 자동차 서비스도 받으러 가지.

자고 오려고 했던 ㅇㅎ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만날까 했던 ㅎㄹ에게도 알렸다. 다 취소. 나중에 인연이 닿으면 그때 만납시다.

간밤에 자면서 한기가 많이 들었다. 커텐이 좀 좁은데, 계속 그게 마음에 쓰였고 전에 쓰던 극세사 하얀커텐부분을 덧댈까. 커텐레일을 한 줄 설치해서 아예 겨울 커텐으로 하나 더 달까 고민했다. 그런데 일이 너무 커지니까 에이구. 하다가 문을 꽉 닫지 않고 잤다는 걸 발견했다. 다행이긴한데.. 그러다가 예저이 ㅇㄱ이 사다준 기다랗기만 해서 어디다가 써야할지 몰랐던, 그래서 가지방 좌탁을 덮는 용도로 쓰고 있던 천이 생각났다. 아하. 이 부분을 덧대어서 커텐의 폭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책장쪽에 붙였더니 괜찮다.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게지만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아. 괜찮아. ㅇㄱ 과 ㅎㅇ 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ㅇㄱ은 좋아하고 ㅎㅇ은 미안해했는데 가운데에 포인트를 줘도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어울릴까. 너무 튈까봐 걱정되기도 했고, 가운데로 끼울려면 한쪽 커텐을 다 꺼내고 해야해서 일이 조금은 번거로워서 우선은 끝으로 달았다. 그러다가 커텐봉고리를 꺼낸김에 냉장고옆 욕조가리개도 핀과 고리로 타올을 달았다. 고리형 집게를 사는 게 아니라 여기도 아예 커텐처럼 핀과 고리를 설치한 거다. 천으로 가릴까하다가 길이도 애매하고 가운재질과 정전기를 많이 일으키는 거 같아서 그냥 전처럼 타올로 가렸다. 뿌듯하고 흐뭇하다. 좋아.

타로부스 차리려고 텐트를 싸들고 나왔다. 동네 아저씨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고 늘 보는 ㅈㅁㅈ이 타로를 보고 갔다. 다른 손님을 받을랑가는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지원금이 나온다고 하니 5만원은 벌었겠지. 저녁엔 일해서 5만원 벌거고. 오늘 일당 10만원 벌었네. 하하하. 간판을 더 적극적으로 달았으면 좋았겠지만 한가할 때는 안에서 일기를 쓰고 이런저런 정리를 하고, 바쁘지 않을 정도로 4명을 봤다. 히히 좋아라. 꼬치도 사먹고, 고기도 사먹고, 스프도 사먹고, 카드지갑도 샀다. 사람들 카드를 봐주는 것도 재미있었다. 텐트친 것도 좋았고.

4시에 마감하고 6시에 땡땡땡으로 저녁먹으러 가기 전까지 어디 좀 누워있고 싶어서 카페스탭룸을 살펴봤는데 마땅치 않아서 담벼락 다락방에 누워있었다. 아무도 안계서서 그냥 막 들어갔다. 따수미텐트랑 장판이 있는 곳에 처음에는 안 누우려고 밖에 잠깐 몸만 뉘였는데 옆에 이런 좋은 것들이 있는데 못할 게 뭐야 하는 마음에 들어가서 편히 지졌다. 나중에 주인장에게 인사해야지. 몸이 노곤노곤하다. 아주 춥거나 피곤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데 오래나와있어서 그런가봐. 아이고 힘들어. ㅅㅎ는 친구들이랑 고기 먹으러 왔다. 얼굴보고 깔깔거렸지. 힘들고 배는 안 고파서 누워있다가 바로 경천으로 갈까 했는데 또 6시되니까 배가 고팠다. 생각해보니 제대로 밥을 먹은 게 아니었다. 그래서 6시에 겨우 몸을 일으켜서 땡땡땡으로 갔고, 밥을 먹었고, 운전하기 힘들어서 ㅌㄹ차를 얻어타고 일터로 갔다. 사람책으로서 청년귀촌캠프에 온 친구들에게 사는 이야기 편히 들려주는 자리여서 두 타임, 나쁘지 않게 이야기하고 놀았고. 뒤풀이로 맥주나 한잔 하고 가자고 해서 좀 놀았다.

오신 분 중에, 화요일로 예정되었던 서점 행사의 신청자도 한 명 있었다. 세 명밖에 신청안해서 취소되었는데 그 귀한 분이 여기에 있었어. 하하하. 취소 연락을 받았는데 내 개인사정으로 취소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서점 일하는 방식이 까리했는데 끝까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이번에 뭐 배운거지. 무리하게 워크숍을 넣은 것하며 진행과정하며. 나도 배웠고.

몸이 계속 노곤하고 말을 많이 해서 피곤해서 맥주를 한 캔 마시고 누웠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사람들이 타로를 보고 싶어해서 아쉬웠는데 ㅈㅈ이 차로 가지러 다녀오자고 해서 와, 하면서 다녀왔다. 그래서 3분 타로 봤다. 전반적인 질문과 새해 운수, 누군가의 모호한 고민들. 좋았다. 그렇게 1시까지 경천에 있다가 ㅌㄹ 차를 얻어타고 집에 왔다. 내일도 이 분들과 함께 점심먹어도 좋겠다. 다른 일정이 없고 밥은 먹어야 하는거니까. 고기 구워먹는데!!! 히히히.

내가 돈 줘야 움직인다, 청년캠프 이 프로그램은 돈도 조금준다, 타로로 심야할증 붙여야 된다 그러면서 말을 보탰는데 ㅋㅋ가 심야할증에서 이제 그만해라, 라고 제지해주었다. 마음에 없는 소리 한다고. 십만원을 줘도 하기 싫으면 안 할 거면서. 네 맞아요. 그리고 그만해야하는 순간에 말해주는 친구 정말 필요하고 고맙다. 히히 좋았어. 행복한 하루다.

집에 와서 가지를 붙잡고 기분좋게 잠들었다.

사람책으로 완두콩 기자인 ㅈㅇ도 왔고, 밥먹으면서 수기공모 1등인 ㅅㄹ도 있어서 나의 본선진출 탈락에 대해 이야기나눴다. 완두콩 혼나야겠네, 이런말을 했는데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게 전화로 내보라고 하셨던 대표님은 다른 말은 안하셨다. 나랑 친구인 또래 기자들이 출품자가 없어서 내면 언니가 대상이에요, 라는 말을 그냥 했을 뿐. ㅇㄱ쌤은 죄가 없다. 그냥 밥이나 한 번 사주시면 될일. 1등한 ㅅㄹ에 대해 질투가 좀 났지만 거기까지로. 이제 그 건에 대해서는 그만 해야겠다. 너무 신청자가 없었고 ㅇㄱ쌤은 그래서 쓸 만한 사람들에게 부탁아닌 부탁을 한 거고, 나는 그 부름에 응한 것뿐. 사실 나한테 1등을 준다는 말은 우리끼리 한 거였지. 마음이 차분히 정리가 된다. 내 마음을 전했고, 그러면 된 거. 다음에 할지말지는 그 때 생각하면 되는 거. 굳이 따지자면 기자양반이 잘못한거지 ㅋㅋ 그래도 괜찮다. 소고기 사주실거니까!

20171124

ㅇㅇ네 집에서 잘 잤다. 온수매트가 뜨끈뜨끈. 아무도 안 오겠지만, 공지가 나간대로 7시부터 모닝커피를 셋팅해두고 싶었다. 6시에 일어나 일찍 나오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6시에 알람 맞춰두고 잤는데 5시 50분에 눈이 떠졌다. 씻고, 아직 한참 깜깜한 새벽길을 걸어나와 도시의 불빛으로 가득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타고 구석에 갔다.

조용조용, 삐걱이는 마룻바닥을 밟고 구석으로 갔다. 아무도 없지만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장소와 시간. 난로에 불을 붙이고, 물을 끓여 커피를 내렸다. 산호여인숙의 아침 생각이 많이 났다. 그 언젠가 여행중에 아침 일찍 혼자 커먼룸에 앉아서 일기쓰던 때도 생각났다. 좋고 좋더라.

ㅂㅇ이 8시쯤 왔고, ㅇㅇ가 와서 커피를 한 잔 마셨고 10시 쯤 ㄱㅇㅅ가 왔다. 정밀아 시디를 틀었다. 나중에 ㅇㅅ는 썼더라. 친구도, 여신도, 인생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눈이 내려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커피도 맛있고 구석의 약간 싸늘한 공기도 좋고 오랜만에 만난 고마운 친구들도 너무 좋았다.

ㅇㅅ가 서브웨이까지 데려다주고 샌드위치도 사줬다. 같이 식사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랬는데 괜찮아요. 서브웨이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기차타고 삼례역으로 왔다. 집에 들러서 가지 화장실치우고 밥 주고 가방 만 내려놓고 며칠째 해치우지 못한 닭고기토마토요리를 냄비째 들고 비비로 갔다.

일찍 도착해서, 홈플러스까지 걸어가 도시의 마트 장을 봤다. 트위터에서 추천받은 홈플러스 와인도 골랐다. 우스터소스, 고다치즈, 올리브, 가쓰오부시. 타로 모임에는 ㅁㅈ과 ㅂㅇ 딱 둘만 있어서 셋이 오붓하게 신년타로도 보고 요즘 마음속에 떠오르는 남자에 대해서도 카드를 봤다. 하하하. 마음은 정확하게,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할지 카드가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밤에 친구가 올지도 몰라서 기대하던 바가 있었는데 오지 않았다. 빨래를 걷어 정리하고, 짐을 풀고, 그러려니 하고 잠들었다. 어느 좋은날 욕조에서 마셔야지 그 와인은. 떡볶이가 먹고 싶었는데 비비에서 싸온 고구마를 누워서 우걱우걱 먹었다.

언제고 오코노미야끼를 해먹어야지! 밤에 푹 쉬면 내일 고산이야기장이랑 사람책 읿하러 갈 때도 괜찮을게야.

20171123

아침에 일어나 어제 미처 하지 못한 준비를 했다. 대전의 친구들을 기억하면서 옛날 사진을 골라보고, 책의 저자로서, 자립인간으로 살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정리를 좀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지 화장실치우고, 나 커피 마시고, 이불개고, 어영부영하다보면 또 그망 8시다. 요즘 7시가 다 외어 일어나는 편이라 그런가봐. 그래도 12시 출발전까지 4시간 정도 남았으니 일하고, 머리감고 짐챙기고 준비하면 될거 같았다.

당연히! 일을 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언제나 할 일이 생각난다. 일단 일기를 쓰는데 한 시간이 걸려서 9시가 되었고, 볕이 좋아서 오늘이 아니면 빨래를 할 수 없을 거 같아서. 검은 빨래, 흰 빨래 세탁기를 두번이나 돌리고 말았다. 물론 그 동안 일을 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세탁기에..하하. 한창 일하고 있는데 대전에서 전화가 왔다. “바닥, 대전에 눈이 너무 많이와, 운전해서 오기 힘들거 같아.” 이런 그러고 정신차려 밖을 보니 우리 동네에도 눈이 펑펑온다. 아, 이 길에 내가 짐을 바리바리 싣고, 가지를 태우고, 운전을 해서 대전에 가는 것은 아무리도 무리겠다. 후다닥 기차표를 알아봤다. 길어봤자 만 하루 정도니까 가지도 혼자 집에 있어도 될 거 같고. 2시쯤 출발하는 기차가 있으니 대략 준비하면 맞겠다. 삼례까지도 차 안가지고 버스타고 갈까 했는데 짐도 많고, 삼례터미널에서 역까지 걷기가 애매해서 삼례까지는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혹시라도 시간이 부족해서 전주에 바로 가야할지도 모르니까 타로카드도 챙겼다.

겨우 내가 정한 시간, 그러니까 12시에 사진 고르기를 다 마쳤다. 이제 씻고 준비하고 집을 나서면 된다. 눈이 와서 운전이 조심스러우니 일찍 나섰다. 밥 먹을 시간은 애매해서 일하는 중간에 스프 한 사발 떠먹은 게 다라 너무 배가 고파. 삼례역엔 기차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 오늘 삼례 장날이라 호떡집이랑 이것저것 먹을 게 많은 거 같았는데 날이 추워서 그냥 차 안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생각난 김에 호주에 메일을 보냈다.

기차타고, 음악을 들으면서, 저녁 행사와, 내일 일정과 주말 일정과, 찾아올 친구를 생각했다. 일정이 너무 많아서 생각만해도 숨이 차지만, 그래도..나쁘지 않다. 기꺼운 마음으로.

서대전역에 도착하니 ㅂㅇ이 나와있다. 나는 차를 타고 갈 줄 알고 내려서 채비를 하느라 대합실로 늦게 나왔는데 ㅂㅇ이 어제 접촉사고가 나서 차를 맡겼다고 한다. 이런. 다친데 없어 다행이다. 택시를 타고 구석으로 와서 자리를 정돈하고 사진을 열어봤는데 맥북에서 작업한 사긴이라 그런지 잘 열리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해봤지만 잘 안되었고 일단 배고파서 밥을 먹으러 갔다.

오랜만이라, 조금씩 마음이 편치 않은 순간이 있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내 사랑하는 친구들이 하는 말이 왜 거슬릴까 생각하다가 밥먹고 배불러지니까 너그러워졌다. 내가 정색하고 화낼뻔했는데 내가 잘못생각했던 거였다. 니 잘못이다, 너가 잘못했다 따지지 않고 오늘 너 좀 조심해야겠는데 정도로만 부드럽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내가 조심해야되는 거였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역시 틀릴 수 있다는 걸 잠깐이지만 또 깨닫는다. 조심해야하는 건 남이 아니라 나다. 남을 바꾸려고 하거나 남한테 네 잘못이다 따지기 전에 그냥 조금 기다리고 넘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사적으로 내잘못이야, 라고 말하는 것도 내 정신건강에 좋은 태도는 아니고. 어쨌거나 배부르니까 너그러워졌다. 다 괜찮아 이런 마음. 배가 부른것도 중요해.

다시 구석으로 와서 사진을 순서대로 추려서 정리하고, 오늘 할 이야기들을 챙겼다. 우리의 친구 대여섯과 정말 공고를 보고 온 관객 1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말하면서는 친구들끼리의 자리도 아니고, 완전 대중강연도 아니고, 내 이야기 반, 혼자고침을 쓰게 된 이야기 반 섞어서 하느라고 조금 애매했다. 주최측인 ㅂㅇ의 기획의도에 맞게 이야기를 하고 있나 자꾸 눈치를 보게 되고, 진짜 글밥을 먹고 사는 시인님 앞에서 내가 뭐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나 하는 부끄러움도. 그래서 1명의 관객을 바라보며, 내 이야기에 관심있어하는 새로운 친구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나쁘지는 않았는데 이야기의 범위, 컨셉, 대상을 좀 명확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ㅁㅈ도 봤고, ㅇㅇ네 신혼집에 가서 잤다. ㅁㅈ는 몇년 전 처음 봤을 때랑 어쩌면 이렇게 똑같냐, 늙지도 변하지도 않는다면 신기해했고, ㅇㄷ은 계속 저자로 돌아온 바닥의 금의환향, 이런 얘기를 했다. 재미있었다. 고마운 친구들. 천천히 조금씩 내 인생의 내용을 채워왔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아침에는 7시부터 9시까지 오랜만에 커피를 내리기로 했다. 사실 단 한명의 단골손님 ㄱㅇㅅ를 위해 여는 가게다. 가기 전에 커피나 한 잔 하자고 시작된 것이기도 하고. ㅇㅇ도 출근길에 삼십분이라도 들르면 좋지. 그래서 7시 너무 이르기 8시에 같이 나오자고 했는데 공지도 7시로 했고 아침에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기도 하니까 일찍 혼자라도 나올까 생각중. 좋은 밤이다.

ㅂㅇ의 기대를 채우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좀 되기도 하고, ㅇㅇ도 피곤해하고 나도 일찍 자야할 거 같아서 급하게 어젯밤 자리를 정리해서 ㅂㅇ이 아쉬어했겠다. ㅇㄷ은 사람이 오지 않아서 미안해했는데 아니 그런건 사실 정말 상관없다. 지금은 자신감이 넘치고, 단 두 사람을 위해서라도, 대전의 고마운 친구들을 위해서 만든 자리이니까. 나와 대전이 만나는 방식을 확인하는 그런 자리. ㅂㅇ과 ㅇㄷ은 계속 책을 두고 가면 여기서 팔아주겠다, 오늘의 이 준비가 다음의 강연에 도움이 될테니 뭐라도 건지는 게 있지 않느냐 걱정어린 말을 했지만 그냥 이 자체만으로도 나는 많이 고맙고 좋고 즐겁고 행복하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아도 나는 나대로 내가 하는 말에, 내가 가진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좋은 밤이다.

20171122

9시 반에 카페 마감하고 퇴근해 집에 오면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간. 바로 잠들면 좋은데 몸은 피곤한데 일한 만큼 나를 위해 뭔가 보상하고 싶어서 두 시간 정도는 트위터를 붙잡고 앉아있다. 피곤해도 그냥 자기 아까운 기분, 종일 나를 위해 시간을 쓰지 못했으니 밤에 혼자 있는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해, 쓸데 없는 일을 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나마 하루에 다섯시간도 일하지 않는데도,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돌아오는 수요일은 아쉽다. 저녁에 배송되어 집앞에 기다리고 있는 귤박스를 들여서, 귤이 눌려 망가지지 않게 작은방 베란다에 쫘악 깔고, 바빠서 낮에 버리지 못한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수거 종이 쓰레기를 내다 버린다.

꼭 해야만 하는 집안일은 미룰수가 없으니까, 미루고 싶지 않으니까.

사실 내일 대전행사 가는 거 준비해야하고, 일기도 밤에 쓰면 좋고, 그러니저러니해도 피곤하니까 얼른 씻고 누웠으면 좋겠는데 그냥 멍하니 앉아만 있다. 11월까지는 이렇게 정신없이 바쁠 거 같고, 12월도 비슷하게 바쁘다. 연말이라 행사가 많아서 그런건지, 슬슬 내가 그런 때가 된 것인지 프리랜서로 자기 일정과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훈련을 해야겠다.

아침에 전처럼 4시~6시 사이에 일어나지는 못한다. 7시~9시 사이에 일어나는 거 같다. 오늘은 7시 반에 일어났다. 일기를 쓰고 정신을 좀 차리고 시래기국밥을 데워서 아침을 먹었다. 차를 마시고 싶은데 커피가 지겨워서 그 언젠가 (아마도 작년 이맘때) ㅅㅂ이 준 인도네시아 커피를 마셨다. 가루를 휘휘저어 가라앉혀 먹는 커피. 텁텁한 맛. 발리 생각이 날까 했는데 꼭 그런건 아니었다.

배가 고파져서 어제 끓인 닭고기와 토마토를 잔뜩 넣고 각종 채소를 끓인 스튜, 나는 미네스트로네를 만들고 싶었지만 색깔이 빨갛게 나오지 않은 그것.에 ㅇㅈ가 주고 간 새빨간 토마토를 몇 개 더 넣고 양배추도 넣어 재조리. 이거 천년만년 다 먹을 때까지 채소 추가해서 끓여가며 먹어도 될것 같다. 맛이 좋다. 헤헤.

영시미에서는 답장이 안 오고, 마음은 급하지만 영시미에서 장비를 대여하란 말이 아닌 것으로 알아듣고 아이폰이나 다른 쉬운 해결법을 찾아야 하는 거 같다.

기다리던 전화는 오지 않고 12월 여성공예포럼에 초대받았다. 완주숙녀회를 검색했는지, 추천을 받았는지, ㅈㅈ에게 먼저 연락했다가 전달받았다고 한다. 경로가 어떻든 일이 들어온 거니까. 완주숙녀회 사례를 발표해달라고 할지, 개인인 이보현에게 집중할 것인지만 주최측에서 가르마를 타주면 된다.

토요일에는 고산이야기장이 열리고, 바쁘면 타로리딩은 안 나가도 되지만 향초만들기 워크숍은 약속을 했으니 쉬고 싶어도 1시부터는 나가야 한다. 장터가 11시니까 토요일 일정도 가득차겠지. 저녁엔 청년캠프 사람책. 그런데 금요일밤에 친구가 집에 찾아와서 하루 잔다고 하니 매우매우 피곤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죽음의 레이스와도 같은 이번주의 일정은. 목요일 저녁 대전 구석으로부터 작가행사. 금요일 오전 산책자의 모닝커피, 집에 와서 저녁 비비 타로 모임을 위해 전주에 가고, 집에 오면 친구가 와 있는 거다. 내가 바쁜 거 말했으니까 알아서 집에 오고, 알아서 밥을 먹고, 알아서 자고 간다. 그런데 토요일에도 시간을 많이 못내어서 11시에 헤어져야 한다면 그건 좀 미안하고 슬픈 일. 그래도 어쩌랴.

한국여성재단 변화를 만드는 여성리더지원사업에 여성문화예술인 글작가로 창작지원금을 신청해볼까한다. 추천서가 필요해서 문화기획달, 비비, 공동육아 숟가락에 문의해둔 상태. 주변의 페미니스트, 나를 잘 알고 지지하는 사람, 추천서를 받고 싶은 사람을 떠올렸다. 신청서는 바쁜 거 조금 지나고 12월에 써도 될듯. 달에서만 확답이 오면 받고 아니면 대전 간 김에 구석으로부터, 에서 받아도 좋지. 아니면 대전의 나를 아는 문화예술인이나. ㅂㅎ주 생각도 잠깐 했는데 우선 달의 답을 기다리자.

향초 준비물을 땡땡땡에 들러 가져다놓고, 작년 우리 워크숍 취재해주었던 기자님과 살림의원에 책을 한권 보내러 우체국에 들렀다. 살림에는 그냥 무턱대고 편지써서 보내는 건데, 조합원이니까 반가워해주시겠지?

카페에 출근해서 한가하면 대전행사 준비를 하려고 노트북을 챙겨갔는데 그러진 못했다. 집중하긴 어려워서 뜨개질 정도 할 수 있는 듯.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일은 일이니까.

집에 돌아와서 그렇게 멍하니 두어시간을 트위터하다가, 외로워하다가 잠이 들었다.

20171121

늦잠을 잤다. 어제 1시에 자서 그런가 8시에 일어났는지 9시에 일어났는지 모르겠고 계속 개운하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일어나서 주섬주섬 요거트랑 사과를 먹기는 했다. 샤워하면서 정신을 좀 차렸고 ㅇㄹ에게 보낼 책을 포장해서 겨우 12시 30분 출근시간에 맞춰 카페로 나갔다.

귀농귀촌 수기공모 수상자 발표가 났다. 세상에, 입상도 하지 못했다. 의외로 공정한 심사를 해버렸나보다. 조금 당황스럽기는 한데 사실 이거는 내가 쓰고 싶어서 쓴 것도, 상금을 받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데 완두콩에서 참가자가 너무 적으니 쓰면 좋겠다고 해가지고. 사실 나는 청탁이다 생각하고 상금이 고료다 싶은 마음에 쓴 거였다. 그런줄 안 게 너무 … 안일한 생각이었나봐. 물론 한 끼 밥이야 사주실 수 있지만 뭔가 탈락, 판정을 받아드는 기분은 이상하니까. 수상작에 오른다고 해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을 거였는데 아무것도 아니라니 그것도 더 이상하다. 다음부턴 이런 거 하지 말라는 배움이겠지. 완두콩에 진 마음빚을 갚는 계기로 쓰자. 앞으로는 이런 하기 싫은 부탁은 들어주지 말자, 그래봤자 결과도 영 이상하다. 라는 교훈을 얻었다. ㅇㄱ이랑 같이 읽고 깔깔 거렸다.

가지 중성화수술비를 후원해주기로 한 ㅅㄹ에게 귀여운 청구서를 만들었다. 영수증을 붙인 결제판. 가지의 사진을 몇장 뽑아 붙였다. 바로 입금. 이건 안 줄 수가 없겠는걸, 안 주지 않을 거잖아요. 기분 좋게, 더 재미있게 하면 좋으니까요.

12시 30부터 5시까지 카페 근무를 마치고. 바쁘지 않고 무난한 하루였는데 어제 맥주 한 캔 마시고 평소보다 잠 덜 잔 게 영향이 있는지 계속 피곤했다. 그래도 ㅎㅇ이 중고로 모카포트를 팔라고 해서 세 개 중 제일 마음을 덜 준 연두색 포트를 줬다. 역시 ㅎㅇ도 실리콘 받침대 없이 스텐으로만 된 걸 선호하시는 군요. 얼마를 받을 거냐로 옥신각신하다가 다음에 드립스탠드나 만들어달라고 했다.

ㅈㅇ도 오고 싶다고 하고 부산에서 ㅇㄱ이도 오고 싶다고 하는데 11월은 너무 바쁘다. ㅈㅎ처럼 하룻밤 짧게 잠깐 다녀가면 모를까. 오랜만에 만나니까 같이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하는데 말이지. ㅂㄹ는 귤을 보낸다는데, 내일이면 용현농장에서 10킬로가 도착한다. 지금 더 받을 순 없어. 나중에 귤 남아있으면 그때 받아먹는걸로.

목요일 대전 행사때문에 ㅂㅇ이 확인전화를 줬다. 몇시에 갈 것인가, 가지를 데리고 갈 것인가 말것인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내일 저녁근무이니까 낮에 준비해야지. 사진이랑 이것저것.

퇴근하고 며칠전에 먹고 남은 시래기국밥 먹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고기반찬이 먹고 싶어서 돼지고기숙주볶음 같은 걸 만들어먹어야겠다고 ㅇㅈ와 얘기하다가 ㅇㅈ ㅅㄷ 부부를 집에 초대해서 저녁을 먹었다. 미네스트로네를 끓인다고 끓였는데 닭을 한마리 통채로 넣었더니 닭육수가 진하고 토마토 색은 연해서 맛은 있는데 비쥬얼은 애매한 그런 음식이었다. 치킨 스튜, 같은 거라고 치자. 가지가 닭껍질하나를 물어서 먹었다. 이런.

귤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도라에몽 쿠키를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그런 시간.  사실 빨래 세탁기에 돌려보자고 방문한 의도도 있었는데 놀다보니 그렇게 못함. 요리하느라 추운지 피곤한지 몰랐다. 나도 덕분에 요리해서 좋아하는 거 잘 먹었다. 내일 남은 닭고기에 토마토 추가로 더 넣고 맛있게 먹어야지!

20171120

요즘은 평균적으로 7시에 일어난다. 급하게라도 기획안 정리해서 보내야겠어. 후다닥 정리했다. 10시에 카페에서 타로 봐드리기로 해서 서둘러 나가야한다. 음쓰도 버려야하고, 손톱도 깎아야 하고, 생각난 김에 호주에 메일도 쓰고 싶고, 할일이 태산이네. 그래도 당장 지금 해야하는 일을 하자. 기획안 기획안.

카페에 일찍 왔다. 고객님은 11시에나 겨우 도착하신다고 한다. 마음이 조금 쓰였지만 과정을 이해하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우체국에 가서 ㅂㅇㄹ 신부님과 ㅎㄷㄱ 선생님께 책을 부치고, 일기를 쓰고, 밥을 먹었다.

카페 전구도 갈았다. 심부름값으로 2천원 벌었다. 하하하하. 12/5 저녁에 ㅅㅎ랑 ㅎㅇ을 저녁식사에 초대해야겠다. 아, 그리고 12/8 사례발표 섭외도 받았다. 일 들어왔다. 하하하하.

고객님 타로 봐드리고 1만원 벌었다. 밥을 먹고 카페 근무 시간이 되어 일을 하고 바쁘지 않았고 ㅎㅇ과 이야기를 많이많이 나누고 관계 안에서 화폐 외의 것들로 삶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재미있었다. 모카포트 이야기하다가 3개나 된다니까 하나 자기한테 팔라고 해서 내일 3순의 모카포트를 갖다줘야지. 근데 얼마를 받냐.

헤어스타일 바뀐 걸 페이스북에 올려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저녁밥으로는 초원칼국수에서 쫄면을 포장해다가 먹었다. ㄷㄹㅋ는 고산 일대 청년들을 모아서 연말 모임을 벌려보고 싶다고 한다. 해보는 것은 말리지 않는데 올거냐, 편한마음으로 와서 즐길거냐 라고 물어보면 나는 물음표라고 했다. 불편한 자리를 왜. 근데 ㄷㄹㅋ의 이런 움직임을응원하는 마음이기는 해.

퇴근하고 집에 와서, 뭔가. 괜히 또 쓸쓸해서. ㅈㅇ이 연애하고 싶다며 주변에 소개시켜줄 만한 사람이 있냐 물었고 없다고 했는데 자기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그런거겠죠, 식의 한숨나는 반응을 보여 마음이 안 좋았지만. 사실 화가 났지만 화 난 사실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귀찮았어. 맥주 한 잔 하자고 동네 친구 ㅋㅋ에게 문자보냈다가 아프다고 해서 말고, 혼자 뭘 사먹기는 그래서 냉장고를 뒤져 언젠가 누가 사두고 간 과일맛 나는 술 한캔을 땄다. 안주는 추석때 선물받은 김부각. 그렇게 적당히 취해서 기분이 좋고 쓸쓸해서 오랜만에 ㅈㅎ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청나게 반갑고 즐거운 통화. 기분 좋게. 잠들었다. 다음날 늦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