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먼저 혼자 일어나 일기를 썼다.
남이 오면 괜시리 더 부지런해진다. 가지를 데리고 45분 정도 산책을 했다. 오랜만에 나가니까 엄청 좋아하더라.
ㅇㅈ가 일어나서 함께 사과 요거트 빵 커피를 먹었다. 가지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가는 길에 또 얌전히 대시보드에 인형처럼 앉아서 갔다. 병원에서 체중을 쟀는데 그 사이 또 자라서 3.12kg가 되었다. 우와 무럭무럭. 외부기생충과 내부 사상충까지 겸용으로 잡아준다는 브로드라인을 맞았다. 그리고 다음주에 중성화수술하기로 예약. 두둥.
처치실 들어갔다 나오면 뚱해가지고 꿈쩍도 안한다. 진료실 문앞에서 망부석처럼 앉아있는 녀석을 겨우 연행해서 병원 나왔다. 헤헤. 백화점 문여는 시간에 맞춰서 ㅇㅈ랑 바디샵에 갔다. 너무너무 시끄러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유난하게 우주선 이동장에 가지를 넣어서 들고 백화점 1층을 가로지르며 매장에 가서 바디워시를 샀다. 부글부글 보글보글 번성하라고 이사한집에 거품 많이 나는 걸 선물하는 거란다. 이 향 저 향 다 맡아보고 영국병 걸린 나는 브리티쉬 어쩌구 하는 걸 샀다. 하하하.
집에 와서 가지를 넣어두고 (ㅇㅈ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음. 최고!) 고산 최고 중국집 일월성엥서 잡채밥과 짭뽕을 먹었다. 하하하. 역시.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불맛. 단짠의 조화. 행복한 맛. 카페에 와서 아이스크림과 자몽쥬스를 먹고 카페 동료 ㅅㅎ ㅎㅇ과 까르르르 대화를 나누다가 손님이 몰려들자 피신.
위봉사에 다녀왔다.
아, 너무 아릅답다. 지난번에 갔을 때도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지금은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가는 길이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하고 고마운 시간. 계절이 변하는 걸 느끼는 게 생각만큼 여유있을 때 가능한 거구나. 감나무랑 푸른하늘과 만경강만 봐도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조금 더 교외로, 산으로 들어가니 더더더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 정말 좋았다.
집에 와서 귤이랑 스윙칩을 먹으면서 쉬다가 카페 출근. 저녁 근무가 있다는 걸 깜빡하고 7시 치킨 먹을 계획을 세웠는데 퇴근하고 10시에 먹는 걸로 바뀌었다. 흠. 나는 카페에서 약간의 요기를 하고 ㅇㅈ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며 기다리기로.
가지 수술하고 쓸 넥카라를 코바늘뜨기로 만들어볼까 하고 티셔츠를 잘라서 실을 만들었는데 검색해보니 부직포가 나은 거 같기도 하다. 일단 하나만 잘라 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역이주를 생각한다는 청년과 ㅎㅇ과 ㄷㄹㅋ가 이야기하는데 끼어들면서 동심을 파괴했다.
‘시골이라고 정이 넘치고 뭐 그런거 없어요. 똑같고 외롭고 심심해. 그치만 아름다운 자연.’
월말 서울 행사 디테일이 마음에 계속 걸리는데 편집자님과 이야기를 제대로 할 기회가 없다. 신경이 쓰인다 (결국 다음날 아침에 구구절절 메일을 써서 보냈다)
카페는 역시나 매우 한가했는데 고산고 소녀들이 팀숙제를 하느라고 모여있어서 사과도 깎아주고 마음대로 서비스를 줄 수는 없으니 아이스크림 주문에 커다란 컵을 주면서 알아서 해라, 적당히 이런식으로 서비스를 줬다. 하하. 마감청소도 마치고 일찍 퇴근해도 되는데 이녀석들이 30분 문닫는 순간까지 숙제를 하겠다고 해서 그래라 그러고 정말 30분까지만 기다려줬다. 혹시 사장님이 오시면 더 있으라고 할까 싶기도 했는데 얘들도 다 했다고 하고, 얘들만 두고 가기도 그렇고 그래서 정리하고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치킨타임! 원래 계획은 내 냄비에 테이크아웃하려고 출근길에 냄비도 챙겨왔다. 치킨집 앞에 잠깐 세우고 주문하고 나서 주차하고 느긋하게 올라와 기다리려고 했는데 가게 앞에 잠깐도 차를 세우기가 애매해서 그냥 주차하고 냄비들고 갔다. 전에 주문받은 분과 달라 내 냄비를 보고 당황하셨지만 해주시기로. 많이 기다려야한다그래서 집에 갔다올테니 되면 전화달라고 했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나니까 전화왔다. 헤헤. 그리고 폭풍흡입. 가지한테 미안해서 간식 좀 줬다.
탁월한 선택. 까다로운 신바닥 씨가 맛있다고 한 집이니 맛있겠지,라고 ㅇㅈ가 얘기했는데 ㅇㅈ도 엄청 까다로움. 음. 기성품의 맛이 아니고 괜찮네. 하면서 촵촵촵 다 먹었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바로 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