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7/11/13

20171112

늦잠을 잤다. 일기를 못썼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에 토요일과 일요일의 밀린 일기를 쓴다)
사랑하는 ㅍㅂㄹ가 내일 귀국한다고 하여, 언제 만날까, 뭐 먹을까 문자하느라고 또 늦게 잤다.

손님 두 명 중 한 명이 고양이를 무서워해서 잘 때는 큰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문을 닫았다. 가지는 얌전히 내 옆에서 잘 잤다. 아침에 커피도 내리고 요거트와 사과로 간단한 식사를 차렸다. 집안 구석구석 책이랑 만든 물건들을 자랑했다. 어젯밤 차 안에서 흥분상태로 이야기할 때도 재미있었지만 이렇게 얼굴보면서 나직히 천천히 커피 마시며 나누는 담소도 참 좋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손님을 배웅하고 어제 찾지 못한 규조토발매트를 관리실에서 찾아왔다. 생각난 김에 작은방에 텐트를 설치해서 에어비앤비에 올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친구들과 먹고 난 그릇 설거지, 가지 화장실 안으로 들이기, 그러려면 화장실 냄새와 사막화 방지를 위해 박스로 집 만들기, 작은방 청소하고 텐트설치하기, 흰 옷과 검은 옷으로 나눠 빨래하기, 집청소하기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씽씽밴드 음악을 틀어놓고 천천히 이것저것 했다. 중간에 배고파서 누룽지도 끓여먹었다.

가지 화장실을 덮을 박스 두 개를 연결해서 이리저리 설치했더니 제법 마음에 든다. 바이맘텐트도 설치했다. ㅇㄱ이 준 가렌다와 ㅋㅋ가 준 고양이무늬천을 방문에 장식했다. 아 귀여워 좋아. 에에버앤비에 올려야지. 빨래를 돌리면서 청소를 하면서 방을 꾸미면서 힘들지만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다. 도나쓰 한 상자는 이따가 카페에 가서 ㅈㅁ랑 먹으려고 연락도 했다. 대청소를 했더니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다.

5시에 카페에 갔더니 ㅂㅅㄹ이 저녁에 와인이나 한 잔 하자고 한다. 우리 가지 엄청 이뻐하시고 중성화수술도 시켜주신다고 하고 중문도 만들어주니 그이의 콜에 실리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물론 싫은 자리에 끌려가진 않지만 오늘은 나도 그런 자리에 있고 싶어서 오케이 했다. 그런데 사장님은 안계신다고… 히잉. 그리고 ㅈㅁ도 가지 스크래처 선물로 주셨다. 아 진짜 온마을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잘해주시나. 집에 와서 마저 방을 정리하고 에어비앤비에 올리고 9시 반에 카페에 갔다.

같이 일하는 ㅅㅎ랑 가지 후원자인 ㅂㅅㄹ이랑 그의 동료인 ㅅㅌ랑 이렇게 넷이 와인을 마셨다. ㅂㅅㄹ은 곧잘 술자리를 같이 하곤 하는 기존 멤버보다 이런 새롭고 젊은 친구들이 좋은 모양인데 그것 역시 너의 보수성이다, 라는 말은 못해줬다. 나중에 친해지면 해줘야지. 여기서 짱먹고 싶은 마음이니까. 술자리도 싫지는 않았지만 아주 즐겁지는 않았다. 그치만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있을 거 같았어. 내가 술을 안 하는 게 싫은지 나도 한 잔 했으면 하는 눈치였고, 나도 그러고 싶어서 마신 거긴한데 오해할까 조금 걱정되네. 나중에 그와 그의 아내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왔고 가지랑 조금 뛰어놀았고 포근포근하게 나란히 잘 잤다. 서울 며칠 다녀왔다고 도시 사람이 되었는지 한 두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았어!

20171111

11.11.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큰언니집에서 작은언니집으로 옮겼다. 시험장으로 가기에 편하기도 하고, 식구들 와글와글한 집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공부라도 좀 해볼 생각이었다. 은행보안카드처럼 내방에서 챙겨올 것도 좀 있었고.

작은언니는 토요일에도 출근하니 8시정도에 도착하게 갔다. 역시나 챙길게 많았다. 언니는 언젠가 내가 트위터에 있으면 좋겠다고 한 머그잔워머 플레이트와 앞치마로도 쓸 수 있는 예쁜 원피스와 찢어져서 꼬맨자국이 있는 운동복을 줬다. 트위터를 언니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깜빡 잊는다. 하긴 이제 엄마가 네이버나 다음 검색해서 내 책 서평도 읽고 브런치에 올린 완주행보도 읽는다. 세상에 내놓은 글쓰기는 누가 읽을지 알수 없고 그 글로서 독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엄마는 완주행보가 내가 외롭다고 쓴 글을 읽고 우셨다고 한다. 나한테는 ‘사람들이 고아인줄 알까무순께 엄마가 가서 며칠만 있다 오고 싶은디’라고 하시지만 나는 절대 반대할거다. 이러다 에어비앤비에 올린 거 보고 예약해서 오실지도 모르겠다. 하하.
이것저것 가져갈 걸 챙기다보니 짐이 엄청 많아졌다. 어제 큰언니가 챙겨준 더치커피 내리는 기구도 가져갈지 말지 판단해야한다. 짐이 너무 많으면 두고 급한 것만 가져가야지. 내일 만나기로 한 친구들과 타이밍이 잘 맞아서 그 차를 얻어타고 같이 내려가기로 했다.

언니랑 밥 먹고, 언니 출근하고, 욕실 바닥 배수구뚜껑을 세탁기도 꽂을 수 있는 걸로 바꾸고 싶어서 철물점에도 갔는데 때마침 재고가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 인터넷으로 신청해도 되지만 배송료가 비싸고 내가 있을 때 바꿔놓고 가고 싶어서 다음에 와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정말 이제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해야할 때 집중하면 금새 졸리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시늉을 해본다. 집앞 스타벅스나 시험장 근처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다 가려고 옷을 챙겨입었다. 지도어플로 스타벅스를 찾아보고 잠깐 책을 보는데 나쁘지 않게 공부가 되어서 굳이 카페에 가지 않기로 한다. 게다가 집앞에서 버스타면 바로 학교다. 카페를 찾아가는게 더 귀찮은 일. 그래서 시험시간 30분 전에만 도착하도록 1시에 집을 나섰다. 책을 보니 아 하루만이라도 일찍 공부를 시작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시험장에 도착했고 자격증 시험의 면접을 처음보는 거라 떨렸지만 책을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내 면접대기장의 관리자는 말이 너무 많아서, 자기딴엔 긴장을 풀어준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듣기 싫어 혼났다. 말씀을 하지 말라고 할까하고 두세번 마음속으로 질문하다가 수험자 중 한두명이 질문하고 답하고 대화하길래 그냥 귀마개를 꽂고 명상했다.

면접시험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전문지식 질문에서 술술 답을 못했지만 이 정도면 됐다 하는 성의를 봐주신 것 같았고 교사로서의 인성이나 교수 시 생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같은 건 적당히 말한 것 같다. 이 정도면 평균 60은 넘는 합격이라는 느낌.

집에 오는 길에 고양이를 돌봐준 ㅎㅇ 생각이 나서 서울특산품으로 뭐 필요한 게 있냐 물었더니 크리스피크림도넛을 얘기해서 사당역에 있는 가게에 들러 오리지날 글레이즈드 미니셋트를 두 박스 샀다. 하나는 ㅎㅇ주고 하나는 카페에서 사장님과 ㅈㅁ 등과 먹으면 좋을 거 같아서. 짐도 많은데 이걸 들고 갈 생각을 하니 조금 두려웠지만 나는 할 수 있겠지. 우리집에서 사당역 전철안도 복잡하고 도너츠 살 때 보니 수원으로 나가는 광역버스의 길은 100미터는 족히 되는 거 같았다. 두렵다. 집으로 돌아와서 옷 갈아입고 짐을 싸고 하면 약속한 6시를 맞출 수 있을 거 같았다.

같이 차를 타고 가기로 한 친구들이 조금 일찍 끝난거 같다면 되는대로 오라고 했는데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서 사당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았다. 택시를 탈까 봤더니 2만원이 넘고, 사당역까지만은 카카오택시를 불러도 너무 가까워서 그런지 응답이 없다. 겨우겨우 사당역에 도착했는데 버스의 줄이 정말 길다. 도너츠를 미리 사길 정말 잘했네. 30여분을 기다려 겨우 탔다. 일찍 출발해서 가지를 일찍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는 물건너 갔다. 처음에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래도 수원에서 저녁을 먹고 7시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했다. 집을 나서서 걸어오는데 생리컵을 했는지 안했는지 헷갈렸다. 이물감이 전혀 없으니까 비운다고 화장실에서 꺼내놓고 안 넣은 건 아닌가 걱정되어 중간에 화장실에 들러서 확인했다. 있었다. 웃긴 에피소드.

메뉴는 역시 도시음식, 고르곤졸라 피자와 아보카도 연어 샐러드와 홍합국물이 얼큰한 꼬제를 먹었다. 그리고 나를 인터뷰하러 오겠다고 하던 친구는 수년전 직장에서 옆팀 인턴이던 친구. 하하 요즘 제작소 인턴 출신을 두 번째나 만난다. 신기한 인연. 스쳤던 인연은 결국 비슷한 방향을 향해 흐르므로 고인 곳, 멈춘 곳 어디선가 만난다. 재미있다. 그리고 흐릿한 기억속 그 친구는 여전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눈빛을 보고 낯이 익다 생각했는데 이름을 들으니 정말 딱 기억이 났다.

차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인터뷰 비슷한 걸 했다. 어떻게 살아왔고 무슨 일을 했고 일과 자신의 삶과 기대와 실망과 보람과 소진되는 느낌과 조직에서의 한계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내 노력과 지금의 생활과 …. 어떻게 나올지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10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내일 오전 조식서비스가 취소되었다는 사장님 전화를 받았다. 나쁜 사람들. 계약서 쓰고 계약금으로 선금 받으며 일해야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버터랑 씨리얼이랑 잔뜩 사놨는데. 집에 들어오는 길에 ㅎㅇ에게 들러서 도나쓰를 배달하고 집에 왔다. 차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조금 나눴고 손님들은 큰 방에 나는 작은방에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