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잤다. 일기를 못썼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에 토요일과 일요일의 밀린 일기를 쓴다)
사랑하는 ㅍㅂㄹ가 내일 귀국한다고 하여, 언제 만날까, 뭐 먹을까 문자하느라고 또 늦게 잤다.
손님 두 명 중 한 명이 고양이를 무서워해서 잘 때는 큰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문을 닫았다. 가지는 얌전히 내 옆에서 잘 잤다. 아침에 커피도 내리고 요거트와 사과로 간단한 식사를 차렸다. 집안 구석구석 책이랑 만든 물건들을 자랑했다. 어젯밤 차 안에서 흥분상태로 이야기할 때도 재미있었지만 이렇게 얼굴보면서 나직히 천천히 커피 마시며 나누는 담소도 참 좋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손님을 배웅하고 어제 찾지 못한 규조토발매트를 관리실에서 찾아왔다. 생각난 김에 작은방에 텐트를 설치해서 에어비앤비에 올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친구들과 먹고 난 그릇 설거지, 가지 화장실 안으로 들이기, 그러려면 화장실 냄새와 사막화 방지를 위해 박스로 집 만들기, 작은방 청소하고 텐트설치하기, 흰 옷과 검은 옷으로 나눠 빨래하기, 집청소하기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씽씽밴드 음악을 틀어놓고 천천히 이것저것 했다. 중간에 배고파서 누룽지도 끓여먹었다.
가지 화장실을 덮을 박스 두 개를 연결해서 이리저리 설치했더니 제법 마음에 든다. 바이맘텐트도 설치했다. ㅇㄱ이 준 가렌다와 ㅋㅋ가 준 고양이무늬천을 방문에 장식했다. 아 귀여워 좋아. 에에버앤비에 올려야지. 빨래를 돌리면서 청소를 하면서 방을 꾸미면서 힘들지만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다. 도나쓰 한 상자는 이따가 카페에 가서 ㅈㅁ랑 먹으려고 연락도 했다. 대청소를 했더니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다.
5시에 카페에 갔더니 ㅂㅅㄹ이 저녁에 와인이나 한 잔 하자고 한다. 우리 가지 엄청 이뻐하시고 중성화수술도 시켜주신다고 하고 중문도 만들어주니 그이의 콜에 실리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물론 싫은 자리에 끌려가진 않지만 오늘은 나도 그런 자리에 있고 싶어서 오케이 했다. 그런데 사장님은 안계신다고… 히잉. 그리고 ㅈㅁ도 가지 스크래처 선물로 주셨다. 아 진짜 온마을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잘해주시나. 집에 와서 마저 방을 정리하고 에어비앤비에 올리고 9시 반에 카페에 갔다.
같이 일하는 ㅅㅎ랑 가지 후원자인 ㅂㅅㄹ이랑 그의 동료인 ㅅㅌ랑 이렇게 넷이 와인을 마셨다. ㅂㅅㄹ은 곧잘 술자리를 같이 하곤 하는 기존 멤버보다 이런 새롭고 젊은 친구들이 좋은 모양인데 그것 역시 너의 보수성이다, 라는 말은 못해줬다. 나중에 친해지면 해줘야지. 여기서 짱먹고 싶은 마음이니까. 술자리도 싫지는 않았지만 아주 즐겁지는 않았다. 그치만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있을 거 같았어. 내가 술을 안 하는 게 싫은지 나도 한 잔 했으면 하는 눈치였고, 나도 그러고 싶어서 마신 거긴한데 오해할까 조금 걱정되네. 나중에 그와 그의 아내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왔고 가지랑 조금 뛰어놀았고 포근포근하게 나란히 잘 잤다. 서울 며칠 다녀왔다고 도시 사람이 되었는지 한 두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