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7/11/23

20171122

9시 반에 카페 마감하고 퇴근해 집에 오면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간. 바로 잠들면 좋은데 몸은 피곤한데 일한 만큼 나를 위해 뭔가 보상하고 싶어서 두 시간 정도는 트위터를 붙잡고 앉아있다. 피곤해도 그냥 자기 아까운 기분, 종일 나를 위해 시간을 쓰지 못했으니 밤에 혼자 있는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해, 쓸데 없는 일을 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나마 하루에 다섯시간도 일하지 않는데도,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돌아오는 수요일은 아쉽다. 저녁에 배송되어 집앞에 기다리고 있는 귤박스를 들여서, 귤이 눌려 망가지지 않게 작은방 베란다에 쫘악 깔고, 바빠서 낮에 버리지 못한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수거 종이 쓰레기를 내다 버린다.

꼭 해야만 하는 집안일은 미룰수가 없으니까, 미루고 싶지 않으니까.

사실 내일 대전행사 가는 거 준비해야하고, 일기도 밤에 쓰면 좋고, 그러니저러니해도 피곤하니까 얼른 씻고 누웠으면 좋겠는데 그냥 멍하니 앉아만 있다. 11월까지는 이렇게 정신없이 바쁠 거 같고, 12월도 비슷하게 바쁘다. 연말이라 행사가 많아서 그런건지, 슬슬 내가 그런 때가 된 것인지 프리랜서로 자기 일정과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훈련을 해야겠다.

아침에 전처럼 4시~6시 사이에 일어나지는 못한다. 7시~9시 사이에 일어나는 거 같다. 오늘은 7시 반에 일어났다. 일기를 쓰고 정신을 좀 차리고 시래기국밥을 데워서 아침을 먹었다. 차를 마시고 싶은데 커피가 지겨워서 그 언젠가 (아마도 작년 이맘때) ㅅㅂ이 준 인도네시아 커피를 마셨다. 가루를 휘휘저어 가라앉혀 먹는 커피. 텁텁한 맛. 발리 생각이 날까 했는데 꼭 그런건 아니었다.

배가 고파져서 어제 끓인 닭고기와 토마토를 잔뜩 넣고 각종 채소를 끓인 스튜, 나는 미네스트로네를 만들고 싶었지만 색깔이 빨갛게 나오지 않은 그것.에 ㅇㅈ가 주고 간 새빨간 토마토를 몇 개 더 넣고 양배추도 넣어 재조리. 이거 천년만년 다 먹을 때까지 채소 추가해서 끓여가며 먹어도 될것 같다. 맛이 좋다. 헤헤.

영시미에서는 답장이 안 오고, 마음은 급하지만 영시미에서 장비를 대여하란 말이 아닌 것으로 알아듣고 아이폰이나 다른 쉬운 해결법을 찾아야 하는 거 같다.

기다리던 전화는 오지 않고 12월 여성공예포럼에 초대받았다. 완주숙녀회를 검색했는지, 추천을 받았는지, ㅈㅈ에게 먼저 연락했다가 전달받았다고 한다. 경로가 어떻든 일이 들어온 거니까. 완주숙녀회 사례를 발표해달라고 할지, 개인인 이보현에게 집중할 것인지만 주최측에서 가르마를 타주면 된다.

토요일에는 고산이야기장이 열리고, 바쁘면 타로리딩은 안 나가도 되지만 향초만들기 워크숍은 약속을 했으니 쉬고 싶어도 1시부터는 나가야 한다. 장터가 11시니까 토요일 일정도 가득차겠지. 저녁엔 청년캠프 사람책. 그런데 금요일밤에 친구가 집에 찾아와서 하루 잔다고 하니 매우매우 피곤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죽음의 레이스와도 같은 이번주의 일정은. 목요일 저녁 대전 구석으로부터 작가행사. 금요일 오전 산책자의 모닝커피, 집에 와서 저녁 비비 타로 모임을 위해 전주에 가고, 집에 오면 친구가 와 있는 거다. 내가 바쁜 거 말했으니까 알아서 집에 오고, 알아서 밥을 먹고, 알아서 자고 간다. 그런데 토요일에도 시간을 많이 못내어서 11시에 헤어져야 한다면 그건 좀 미안하고 슬픈 일. 그래도 어쩌랴.

한국여성재단 변화를 만드는 여성리더지원사업에 여성문화예술인 글작가로 창작지원금을 신청해볼까한다. 추천서가 필요해서 문화기획달, 비비, 공동육아 숟가락에 문의해둔 상태. 주변의 페미니스트, 나를 잘 알고 지지하는 사람, 추천서를 받고 싶은 사람을 떠올렸다. 신청서는 바쁜 거 조금 지나고 12월에 써도 될듯. 달에서만 확답이 오면 받고 아니면 대전 간 김에 구석으로부터, 에서 받아도 좋지. 아니면 대전의 나를 아는 문화예술인이나. ㅂㅎ주 생각도 잠깐 했는데 우선 달의 답을 기다리자.

향초 준비물을 땡땡땡에 들러 가져다놓고, 작년 우리 워크숍 취재해주었던 기자님과 살림의원에 책을 한권 보내러 우체국에 들렀다. 살림에는 그냥 무턱대고 편지써서 보내는 건데, 조합원이니까 반가워해주시겠지?

카페에 출근해서 한가하면 대전행사 준비를 하려고 노트북을 챙겨갔는데 그러진 못했다. 집중하긴 어려워서 뜨개질 정도 할 수 있는 듯.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일은 일이니까.

집에 돌아와서 그렇게 멍하니 두어시간을 트위터하다가, 외로워하다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