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7 11월

20171119

7시에 일어나도 너무 바쁘다. 아침에 커피 마시면서 일기를 썼던가. 하루 전 아침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ㅂㄹ는 손님답게 가지방에서 잤다. 문도 안 닫고 자길래 가지 화장실 치우면서 문도 닫아줬다. 나중에 일어나서 들으니 이불에서 오줌냄새가 난다고. 살펴보니! 역시. 언제 쌌는지도 모르겠는 오줌이 있더라. 후다닥 이불을 돌렸다.

오늘의 일정을 생각해봤는데…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고산미소 갈비탕을 먹으려고 했으나 우린 너무 게을러서… 어제 산 요거트나 대충 먹으면서 어쩌다보니 낮에 되어버렸다. 그래도 스타일리스트 오셨을 때 앞머리 잘라야해서 손 좀 보다가, 삘 받아서 상한 머릿결도 쳐내버렸다. 삼각김밥 머리가 되었다. 웃긴데 ㅂㄹ 취향이라고 스타일리스트 선생님 좋아하신다. 떡이랑 귤이랑 이것저것 챙겨서 나섰다. 되게 늦게. ㅋㅋ

ㅇㅈ왔을 때는 뭐 먹을지 시간 단위로 계획세웠는데 ㅂㄹ는 식탐이 없는 친구인 모양. 백여사에서 감자탕 먹을까 했는데 그것도 안 땡긴다고. 어제 너무 많이 먹어서 아침에 화장실을 아주 여러번 갔다. 하하하. 그래도 배가 부름. 입을 옷이 없어서 웃긴 헤어에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한참 하다가, ㅂㄹ가 이렇게 스타일에 신경쓰시는 분인줄 몰랐다고. 하하하.

안심사에 갔다. 위봉사가 절이 정갈하고 아름다웠다면 이 절은 산에 폭 안긴 모습이 아름답다. 절도 단정하고 정갈한데 꽃을 가꾸거나 절의 무엇이 아름답다기 보다는 그저 그 산에 있는 절이, 이 계절이 정말 아름다웠다. 단풍구경도 실컷 하고 나뭇가지도 많이 주워왔다. ㅂㄹ는 산을 좋아해서 나중에 산에 같이 가자고, 많이 걷자고 이야기했다. 산악동호회니 등산모임이니 우리 같은 여성들이 가기엔 재미없고 잔소리나 들어야하니 산에 가기를 설명하는 좋은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좋은 생각이다. 아이디어 좋다. 기획안을 보여달라고 해서, 나중에 혼자고침 기획안이나 지금 정리하는 기획안이나 주자고 했다.

산에서 내려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남부시장 운암식당에 갈까, 소양 채식뷔페 미쁨에 갈까, 용진 삼계탕을 먹을까, 시골집 국수를 먹을까 생각할까봐 고민고민하다가 막판에 아줌마 국수로 낙찰. 용진로컬에서 ㅂㄹ는 생강진액을 샀고 5시 버스시간 전까지 도시의 카페에 가기로 했다. 전북대 스타벅스에 가자. 사이렌오더로 커피를 주문하자. 도시에 가자. 하하하. 아줌마국수 너무 맛있고 좋았지만 복잡하고 옆 사람들

시내 운전이 불안불안해서 객사나 남부시장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책방 토닥에 들러서 책도 사고 인사도 하면 좋았겠지만 청년몰 트라우마도 아직 마무리 된 건 아니니까. 헤헤. 카페에서 오늘의 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써서 슬펐지만 자리값이려니. 초콜렛이나 간식 챙겨올걸. 괜히 귤만 가져왔네. 힝. 그래서 ㅂㄹ가 나가서 가게에서 초콜렛 사왔다. 냠냠. 우리는 각각 할일을 하고 얘기하고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길 건너에 다이소 큰 게 있길래 가서 샤워기 헤드 샀다. 베란다 나갈 때 문 열기 쉬우라고 유리창에 붙이는 손잡이도 하고, 가지고 다니다가 책상에 가방걸이 만들 수 있는 그 고리도 사고.. 욕조 가리개에 쓸 집게를 살까하다가 지금 문제 없는 건 그대로 두기로 했다.

ㅂㄹ를 시외터미널에 내려주고 집에 왔다. (약간 길을 헤맨 건 그려려니 하기로)  집에 와서 시래기국밥 데워먹고, 모카포트 세 개 한꺼번에 뽑아서 커피도 마시고 내일 마감인 기획서 정리도 해야하는데..하는데…하면서 과자먹고 머릿속으로 웜업만 하다가 잤다. 미밴드 울리게 하려고 우왕좌왕. 계정을 합치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고.. 그래서 하나는 핸드폰 번호 언니걸로 연결시켜버리고. 겨우겨우 이케저케 겨우 했다.

20171118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일기를 쓰고, 오늘 할 일을 정리하고, 시키지 않은 일을 먼저 한다. 일전에 써놓은 듣는연구소 개업축사를 세쪽책 페이지와, 블로그에 올리고 할일을 해야지…생각만 했다. ㅂㅇㄹ 신부님께 보낼 책에 편지쓰고 포장하고 ㅎㄷㄱ 선생님께 보낼 책도 포장했다. ㄱㅎㄱ 기자에게도 책을 한권 보내고 싶은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러려니 하고 기다려야지.

그러다 생각이 우리동물생명사회협동조합에 닿았다. 살림의료생협 대의원 선거를 늦지 않게 참여하다가 작년부터 죽 우리동생을 영업하던 ㅇㄷ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이기도. 오랜만에 문자로 인사를 하고. 우리동생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짜피 자체 보험으로 5만원씩 저금하려고 했는데 그걸 우리동생 조합비로 내고 나중에 문제 생기면 그돈을 치료비로 쓸 수 있다고 하니까 우리동생이 망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망하지 않으려면 나같은 조합원이 많아져야 하고. 서울 갔을 때 가입해도 좋고 다음달이나 내년에 가입해도 좋겠다. 생각하니 신난다.

오후에 ㅂㄹ가 오기로 했으니까 용진 로컬푸드에 차를 대놓고 전주에 나가야지. 전주역에서 바라를 픽업해서 근처 명산여관 전시에 들러야겠다. 할 일은 다음책 기획안 작성인데 빌려온 참고도서를 읽다가, 지쳐서 덮었다. 역시 너무 재미가 읎어!

하지만 월요일 아침에 보내겠다고 했으니, 일요일에 좀 정리해봐야지. 어머 내일이네. 내일은 ㅂㄹ랑 놀고 있을 건데, 아니지 아침엔 혼자 있을테니 할 수 있을거야.

가지를 돌보다가, 예쁜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용진로컬에 차를 대고 파프리카를 샀다. 저녁에 오면 파프리카는 없을 거 같아서. 그리고 버스를 타고 전주역. 전주역에서 ㅂㄹ를 만나 걸어서 명산여관에 갔는데 길치인 나는 역시 우왕좌왕. 전시는 좀 무서웠다. 4시에 아티스트 토크가 있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있을 이유는 없을 거 같아서 나왔다. 나는 ㄷㅈ을 만나 인사하고 명산여관을 둘러보러 간 거니까. 그래도 걱정하더니 전시도 하고 뭔가 하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좋아보인다.

카카오 택시타고 시내로 옮겨서 밥 먹었다. 차가 많이 막혀서 택시 기사님이 짜증을 좀 내셨는데 왜 그런지 돌아오는 길에 알았다. 주말이면 전주시내는 아주 꽉 막히는 모양. 차를 안가지고 나오기를 정말 잘했네. 욜로타코에 가려다가 때마침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시내를 한바퀴 돌면서 전에 버거킹에서 만난 미국남자랑 갔던 극장 1층 타코집에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 극장이 메가박스인지 씨지븨인지 헷갈려서 메가박스 먼저 갔는데 씨지븨였어. 하하. 그리고 그렇게 찾아 헤맨 그곳은….문을 닫았다. 망한 모양. 다시 욜로타코로 옮겨서 밥 먹었다. 음식은…제품맛. 20대 친구들이 좋아하는 장소였다. 합정역 분위기처럼 세련된, 화려하지 않은 척 하지만 화려한 식당들이 모여있는 길이었다. 객리단길…이란다. 흐….. 가게 이름이 상수역어쩌구..인 집도 있다. 역시 나는 이제 옛날 사람. 그런 곳에 갈 수 없는 인간이 되었다.

스타벅스에 가려고 카드에 충전도 했는데 날이 어두워지니까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어졌다. 타코집이 너무 시끄러워 지쳤고 추웠다. 그래서 버스타려고 전주보건소 앞으로 왔는데….한 시간 정도 기다려서 겨우 버스 탔다. 535버스 배차 간격이 토요일이라 길기도 하겠지만 아마 차가 많이 막힌거 같다. 연말연시 교통정체가 벌써 시작된 것인가…. 버스안에 너무너무너무너무 복잡해서 두려움에 떨면서 겨우 집에 왔다.

용진로컬에서 요구르트랑 과자랑 아이스크림이랑 사과랑 이것저것 잔뜩 사서 집에 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가지랑 좀 놀다가 귤 십수개를 까먹고 잘 시간되어서 자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떡볶이를 해먹었다. 하하하하. 바라 왔는데 요리 한 번은 해줘야지. 그래서 배가 터지게 먹고 스르륵 잠들었다. 하하하. 그리고 완주 이야기를 와르르르르 해주었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내가 좋아하는 장소와 음식 이야기도. 좋아하는 친구들이 여기 모여 살게 되면 정말 좋겠지만 아니라면 정말 포스트비비처럼 경계를 넘는 공동체보다 예쁜 이름의 그 무엇을 만들어야지. ㄴㄴ랑 ㅇㄱ이랑 팟캐스트 하고 지역의 멋진 언니들을 찾아다니면서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거다. 화이팅이야.

[세쪽책] 귀명창

015호 [귀명창]
가지네 2017년 11월 18일 발행 :http://www.facebook.com/3pagesbook :글_신바닥 : 책값 500원

나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말이 빠른 편이라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아무말이나 하게 되는 경우를 경계합니다. 말은 목소리, 표정, 손짓 등과 같이 하는 거니까 유우머 감각과 연기 실력으로 내용을 대충 얼버무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듣는 이들은 말이 끊기지 않고 술술술 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말을 잘한다 = 똑똑하다 =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잖아요.

말을 할수록, 그 말을 하기 위해 혹은 하고 나서 혼자 좀 정리하려고 글을 써보려고 하면 말의 근거가 되는 ‘생각’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됩니다. 충분히 고민하고 상상해보기도 하고, 이미 누군가 해놓은 고민의 결과를 읽으며 공부하기도 합니다. 연구자에게는 스스로 계속해서 고민하는 것이 공부일 것입니다. 인터뷰어로 연구자를 만나면서 ‘연구’란 지겨워도 계속 보고, 알 것 같아도 여러 방면에서 보고, 본 것들을 분류하고 정리하여 자기의 말로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잘 보기 위해서 많이 듣기도 해야할 겁니다. 이런 연구가 있었기에 나는 내 고민이 무엇인지 쉽게 알고 깊게 생각해보기 쉬었겠지요. ‘어디서 봤는데’ 하면서 알은 체를 하기도 하고요.

듣는연구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들이 하는 연구라면, 내 삶과 연결된 일이어서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과 변화를 지켜보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공부를 하면서 외로웠던 개인들이 든든히 서로의 곁이 되어주고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동료로 만나기를. 함께 움직일 힘을 키우기를 바라봅니다.

듣는연구소가 훌륭한 귀명창이 되기를,
그러면 자연스레 좋은 소리꾼. 이야기꾼이 되고,
좋은 이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행동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사랑하는 친구가 준비하는 듣는연구소의 (부탁하지도 않은) ‘개업축사’

20171117

12시간 가까이 잤다. 엊저녁에 ㅇㅈ와 문자대화를 나누면서 해장으로 뭘 먹어야하나 결정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며칠 전에 끓여놓은 양배추스프가 있어서 그걸 끓이고 갈아서 한 컵 마셨는데 잘 안 들어가서 베란다에 내놓고 잤다. 고양이가 없던 시절에는 그냥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았을텐데 녀석이 나를 참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7시에서 자서 7시에 일어난 거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용한농장에 귤 주문하고 작년에 여성기술교육 기사 써주셨던 기자님께 책 보내드린다고 연락하고, 가지 수술하러 갈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넥카라 만들었다. 어제 부직포 사와서 만드는 법 찾아보는데 다들 치수 재서 만들었다, 고만 나와서 어디 치수를 어떻게 재라는 건가 싶었지. 그럴 땐 구글검색 how to make cat neck collar with cloth 로 검색했다. 머리 치수를 재서 넥카라 폭을 정하고 목둘레를 재서 가운데 구멍을 뚫는거다. 어렵진 않은데 조금 번거롭지. 그래도 가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챙겼다.

10시 보다 일찍 병원에 도착해서 가지 눈치 보면서 선생님 기다렸다. 아침에 체중은 재서 왔고(3.3킬로) 피검사 마치고 문제 없어서 수술실 입장. 12시 넘어서 천천히 볼일 보고 오라고 하셔서 건너편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 먹고 그냥 일찍 왔다. 그랬더니 수술 막 마치고 마취 덜깬 가지를 옆에 데려다주셨다. 수컷 수술은 어렵지 않으니 수술은 잘 끝났는데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다행히 차에 덮고 다니던 담요가 하나 있어서 가져왔다. 앞뒤로 다른 일정 없는게 다행이다. 지난주에 조식서빙 일을 할 수도, 오후에 ㅂㄹ가 올 수도 있었는데 어쨌거나 가지 간병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마취 깨기를 기다렸다가 모시고 집에 왔다. 어젯밤부터 굶었더니 너무너무 배가 고팠겠지 병원에서 주신 주식 습사료 하나를 정신없이 해치우고는 계속 계속 밥을 먹었다. 드시라고 드렸다.

병원에서 수술 기다리는 짬을 이용해, 영시미에 전화해서 담당 선생님 메일 주소 알아냈고, 편지 썼다. 낮에는 완숙회 취재하고 싶다는 기자 전화를 받아서 안된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넥카라 부직포도 여러번 실패끝에 안정적 착장에 성공. 낮잠 한참 자고 좋아보이고 나는 배고파서 군청 뒤 나는난로다 행사장에 들렀다. 좋아하는 선생님께 책도 한 권 선물해드리고 싶고, 겸사겸사 인사 드릴 분들도 있고, 얼굴을 비춰야 할 거 같아서. 먹을 게 많다면 맛있는 걸 먹고 와도 좋겠지. 생각보다 먹을 건 별로 없었는데 사회활동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재관 선생님 책 선물 드렸고, 신현돈 목수님, 곽기준 목수님 인사드렸고 전환기술관계자들에게도 왔다고 얼굴도장은 찍었다. 맛있는 게 많다더니 생각보다 별 건 없었다. 어짜피 다 고기굽는 판이라 에버팜에서 구워주는 채소구이가 제일 맛있었다. 우쉐프의 핫도그도 나쁘지 않았고. 자전거카페를 하는 친구를 만나서 한참 수다떨고 연락처 교환했다. 건지산에서 커피를 내렸다고 한다. 재미있는 만남. 막걸리 한 병 남을 것도 싸들고 갔는데 ㅎㅅ 만나서 전해줬다.

집에 왔더니 가지가 넥카라를 풀어헤쳤길래 다시 설치하고 행사장에서 사온 컵홀더를 윗층 사는 ㅁㅇ에게 선물하고 생생우동을 끓여먹었다. 맛있게 끓여먹으려고 냄비 두개를 동시에 올려서 면을 한 번 삶아 버리고 오뎅 파를 넣은 돌솥우동을 만들어 맛있게 냠냠. 고양이 사료 주문하고 났더니 너무 피곤해서 잤다.

가지 수술 때문에 긴장했지만 하루를 마치면서는 꽤 기분이 좋다는 걸 발견하고 바오로 신부님께도 책을 한권 보내겠다고 연락드렸다. 요즘 잘 지내는거 좋다고 하시길래 일년에 200일은 괴롭고 나머지는 좋아요, 했더니 둘이 바뀌게 기도해주신다고 하셨다. 아. 고마운 사람. 저도 더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20171116

일찍 일어났다. 그래서 피곤하다. 역시 술도 못마시면서 좋다고 그렇게 놀아버렸네. ㅇㅈ는 오늘 엄마 입원수속시킬 걱정 때문에 어제 한 숨도 못잤다고 한다. 아침에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내 얘기를 잔뜩했다.

어제 차를 두고 와서 버스타고 카페 출근했다. 일찍 와서 밥먹고 쉬엄쉬엄 책 보고 자료좀 찾으려고 했는데 앞쪽 공사현장에서 상수도를 건드려서 사고가 났다. 물이 안나와서 오늘 장사를 못하네 핸드드립커피만 파네 하고 후다닥 준비했는데 다행히 금방 물이 다시 나왔다.

아무래도 너무 어지럽고 힘들다. 숙취인 것 같다. ㅅㅎ 퇴근하기 전까지 스탭룸에 잠깐 누워있었다. 사장1님은 걱정하시며 보이차를 먹으라고 무드라도 알려주셨다. 술자리 제안한 사장2를 혼내겠다며.

카페는 그럭저럭 적당히 바쁜 편이다. 바이널에서 조원선 목소리가 들어있는 롤러코스터 앨범을 결제했다. 한참 틀다가 손님들이 시끄러워서 씽씽밴드 틀었더니 음악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왔네. 쳇. 어쩔 수 없지.

20171115

오전에 온누리살이협동조합에 강연 다녀왔다. “사회적경제 지역혁신가 사관학교 – 지역사회교육 혁신가 양성과정”이라는 긴 이름의 교육인데, 지역에 사는 청년으로서 삶의 모습, 완숙회 사례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자리라고 했다. 커리큘럼 중에 ‘지역자원을 활용한 진로교육 프로그램 기획’이 있길래 나라는 지역자원을 어떻게 활용하실지,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설계를 할 때 어떻게 하시면 좋을지 여성기술워크숍 예를 들어 설명하고 이런저런 책 소개하면서 두 시간 정도 이야기했다. 어렵지는 않았는데 어젯밤에 공연보고 늦게 들어와서 준비하느라 잠을 많이 못잤다.

강의갔다가 카페에 와서 ㅅㅎ랑 ㅎㅇ이랑 한참 얘기하고 놀았다.

낮에 타로카드 봐달라는 분이 있어서 카페에서 기다리는데 시간 약속을 딱 하지 않아서 기다리다가 너무 피곤해 집에 다녀왔다. 포항에 제법 큰 지진이 왔는데 여기 카페에서 내가 느낄 정도였다. 가지가 혼자 집에서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집에 가서 잠깐 눈을 붙였다. 깜빡 잠들었다가 4시 50분에 재난문자를 받고 깼다. 5분 정도 근무시간에 늦었다.

마감까지 많이 바쁘지는 않았고, 경북 지역에 피해가 심각하고 여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수능을 일주일 연기되었다. 큰언니네 집에서도 자잘한 사건이 있었던 모양. 고3이 무슨 벼슬이라고 엄마가 너무 고생한다. 엄마한테 고3스트레스 토스하는 언니도 맘에 안들지만 그것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그냥 엄마를 하루라도 피신시키는 게 낫겠다 싶어서 전화드렸다. 작은언니가 일주일 더 고생하시겠다고 문자 보냈는데 서러움 폭발하셔서 울고불고 난리셨다고. 그러면서 괜찮다고 하시길래 당장 작은언니집으로 옮기라 했다.

카페 손님이 전혀 없어서 한가랬다가, 조금 있어서 바빴다가, 시끄러운 사람들 때문에 피곤했다가, 마감하고 퇴근하려는데 사장2가 치킨먹고 놀다가라고 해서 작업실 갔다가 기분이 좋아서 와인마시고 흥을 주체할 수 없어서 12시까지 놀았다. ㅁㅈ이랑 통화하면서 다음책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음악 틀고 춤추고 작정하고 많이 마셨다. 차도 버리고 얻어타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욕조에 몸담그고 한참 쉬다가 잠들었다. 편하고 알딸딸하고 기분좋고 행복하고 좋았다. 너무 좋으면 동시에 금방 쓸쓸해지지만.

20171114

제법 늦게 일어났다. 어제 피곤했으니까.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뜨거운 물을 맞으며 샤워했다. 작은언니집에서 얻어온 헤어컨디셔너를 바르고, 헤어캡을 쓰고, 샤워하고 손빨래하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커피가 없어서 귤을 갈아서 차를 마셨다. 홍차랑 우유랑 밀크티 먹으면 좋겠는데 우유가 없으니까. 이것저것 할일이 와르르 생각나서 마음이 급했는데 날이 너무 좋고 가지가 놀고 싶어하는 거 같아서 산책나갔다. 페이스북에 근황글을 하나 썼고.

귤을 일층으로 입구에 깔아뒀다. 가지가 파 세워놓은 걸 좋아한다. 화분에 흙 퍼다가 파 심거나 꽃을 좀 심고 싶은데 매번 미루게 된다. 우선 급한 건 내일 강연이 하나 있고, 워크숍 준비물을 주문해야하고, ㅂㅇㅎ 선생님께도 책을 한권 보내야 한다.

카페 일찍 나가서 일하려고 혹시 가는 길이면 ㅎㅇ태워가려고 연락했더니 아침에 ㄴㅎ과 고산까지 걸어가다가 지쳐 차를 좀 얻어탔으면 좋겠다길래 출동했다. 어제 술에 취해 언쟁이 있을 뻔한 일에 대해서 한번 더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ㅎㅇ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나도 어제 너무 심하게 쏘아붙였나 조금 반성했지만 그 술자리가 기본적으로 대화를 위한 자리가 아니고 비음주자인 나에게 이미 불편한 자리이니 술취한 사람에겐 애써 나 혼자 노력하지 않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좀 심하게 말을 했을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하기로. 아침에 ㄴㅎ은 어제의 일을 사과하겠다고, 나도 잘한 건 없지만 대화가 필요하면 제정신에 하자고 했다. 나중에 집에 초대해 식사나 한 번 하면 좋겠다.

카페 근무는 바쁘지 않았고 ㅇㅇㅅ가 와서 점심 약속을 잡았다. 그날 하이트공장 견학 갈 수 있도로 신청해야지 히히. 내일 강연 강사로 입금서류중에 최종학력 증명서가 있다. 인터넷으로 무려 대학졸업증명을 뗐다. 하하. 그리고 근무 틈틈히 워크숍 준비물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편집자님께 결제 및 배송하라고 전달했고, 동네에서 모금, 비슷한 걸 하는데 그냥 그러고 싶어서 후원회비를 보냈다.

저녁엔 카페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하기로.

공연 좋더라. 시디도 샀다. 책이나 시디, 큰 부담없으면 사면 좋지이. 수동공격, 이라는 말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거 우리 하기로 하지 않았어요?’ 아니오. 정확하게 언제 하기로 하자고 말한 건 아니고 언젠가 합시다 한거니까. 이거 합시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데 저렇게 말하면 자기는 잘못이 없고 내가 안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이게 내 책임이 아닌데. 아 저런건 수동공격이 아닌가. 여튼. 왜 이렇게 연락을 안해.라고 하는 거랑 똑같다. 그냥 오랜만이다. 하면 될일이다.

집에 와서 내일 강의준비하느라 1시 넘어졌다. 대충 마쳤고 아침에 좀만 보완하면 되겠다.

20171113

가지는 어제 내내 내가 만들어놓은 화장실에 가지 않고 이불에 오줌을 쌌다. 이불을 빨고 뚜껑을 열었다. 다행히 똥은 거기에 쌌다. 트위터에 올렸더니 사람하고 똑같이 좁은 공간에는 냄새 나니까 싫어할 거고, 고양이 특성상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곳을 화장실로 여기기 어렵단다. 그래. 너무 인간중심으로 생각했다. 다시 조치를 취해야겠다. 뚜껑으로 덮으려고 했던 커다란 박스는 모래 튀는 걸 막을 수 있도록 통으로 쓰고, 옆에 어제 ㅈㅁ가 선물해주신 스크래처 두고 이래저리 맞춰봤다. 그 뒤로는 다행히 오줌도 싸고 그런다.

아침에 뜨끈한 게 먹고 싶어서 양배추스프를 끓였다. 갈아서 후루룩 마셨더니 뜨끈하고 기분도 좋다. 페이스북이 말하길, 3년전에 발리로 떠나던 날이라고 한다.

영국 다녀온 소책자 주문이 들어와서 배송준비하고, 큰언니에게 보낼 책에 사인도 했다. 우선 20권 먼저 하고 나중에 더 해야지. 가지는 오늘자로 3.4kg. 와 정말 무럭무럭 큰다.

카페 출근해서 카카이뱅크 계좌개설했다. 카페는 갑자기 빵이 많아져서 빵가게가 되었다. 그거 판매 때문에 탈퇴했던 고산공동구매 단체 카톡이랑 벼농사방에 다시 초대되었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 보려면 들어있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 뭐. 그러려니 한다. 28일 서울 가서 오전에 병원갔다가 점심에 ㅎㅅ을 만나고 싶어서 연락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ㅎㄹ도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저녁을 먹어도 좋겠다. 괜찮으면 잠은 ㅇㅎ네서 자고 싶다. 연락해봐야지. ㅂㄹ는 금요일에 온다고 한다. 가지 병원가서 수술하고, 집에서 좀 놀고 버거킹도 가고 스타벅스도 가야지. 토요일에 대전에 갈까했는데 너무 무리일거 같아서 그냥 전주에서 놀기로 한다.

출판사에서는 15명은 너무 적고, 20명으로 맞춰보자고 한다. 별일 없을거라고 하는데 대충대충 두루뭉술 좋은게 좋은 거고 잘될거라고 대충 넘어가고 싶지 않은 것뿐. 그래도 20명이면 괜찮다. 전선이랑 콘센트,플러그 준비를 내가 하는 게 낫겠지. 편집자님이 알아서 하기 어려우니까.

카페 사장님이 동네 청년 ㄴㅁ에게 밥 한 끼 대접하고 싶고, ㅅㅎ 가 먹고 싶어하는 꼬막 먹이고 싶으셔서 갑작스럽게 동네청년들 조개구이 모임을 소집했다. 8시에 카페 닫고 다같이 놀러갔다. 여러사람들이 모인 자리라 어색하기도 하고, 야외에서 뭘 구워먹고 그러는게 편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애매~했고. 조개는 잘 익지 않아서 음식에도 집중하기가 어려웠지. 그래도 최선을 다해 먹었고 10시쯤 일찍 일어섰다. 약간의 언쟁이 있을 뻔했지만 다음에 맨정신으로 대화하기로 하고 일단락.

집에 와서, 가지랑 좀 놀고, 피곤해서 좀 누워있다가 잤다.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그 자리에서는 아니었고 집엔 술도 없고, 배도 너무 불렀다. 담배만 한 가치 피웠다. 욕조에 몸을 담구고 싶었지만 그냥 잤다. 몸에서 불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20171112

늦잠을 잤다. 일기를 못썼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에 토요일과 일요일의 밀린 일기를 쓴다)
사랑하는 ㅍㅂㄹ가 내일 귀국한다고 하여, 언제 만날까, 뭐 먹을까 문자하느라고 또 늦게 잤다.

손님 두 명 중 한 명이 고양이를 무서워해서 잘 때는 큰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문을 닫았다. 가지는 얌전히 내 옆에서 잘 잤다. 아침에 커피도 내리고 요거트와 사과로 간단한 식사를 차렸다. 집안 구석구석 책이랑 만든 물건들을 자랑했다. 어젯밤 차 안에서 흥분상태로 이야기할 때도 재미있었지만 이렇게 얼굴보면서 나직히 천천히 커피 마시며 나누는 담소도 참 좋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손님을 배웅하고 어제 찾지 못한 규조토발매트를 관리실에서 찾아왔다. 생각난 김에 작은방에 텐트를 설치해서 에어비앤비에 올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친구들과 먹고 난 그릇 설거지, 가지 화장실 안으로 들이기, 그러려면 화장실 냄새와 사막화 방지를 위해 박스로 집 만들기, 작은방 청소하고 텐트설치하기, 흰 옷과 검은 옷으로 나눠 빨래하기, 집청소하기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씽씽밴드 음악을 틀어놓고 천천히 이것저것 했다. 중간에 배고파서 누룽지도 끓여먹었다.

가지 화장실을 덮을 박스 두 개를 연결해서 이리저리 설치했더니 제법 마음에 든다. 바이맘텐트도 설치했다. ㅇㄱ이 준 가렌다와 ㅋㅋ가 준 고양이무늬천을 방문에 장식했다. 아 귀여워 좋아. 에에버앤비에 올려야지. 빨래를 돌리면서 청소를 하면서 방을 꾸미면서 힘들지만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다. 도나쓰 한 상자는 이따가 카페에 가서 ㅈㅁ랑 먹으려고 연락도 했다. 대청소를 했더니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다.

5시에 카페에 갔더니 ㅂㅅㄹ이 저녁에 와인이나 한 잔 하자고 한다. 우리 가지 엄청 이뻐하시고 중성화수술도 시켜주신다고 하고 중문도 만들어주니 그이의 콜에 실리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물론 싫은 자리에 끌려가진 않지만 오늘은 나도 그런 자리에 있고 싶어서 오케이 했다. 그런데 사장님은 안계신다고… 히잉. 그리고 ㅈㅁ도 가지 스크래처 선물로 주셨다. 아 진짜 온마을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잘해주시나. 집에 와서 마저 방을 정리하고 에어비앤비에 올리고 9시 반에 카페에 갔다.

같이 일하는 ㅅㅎ랑 가지 후원자인 ㅂㅅㄹ이랑 그의 동료인 ㅅㅌ랑 이렇게 넷이 와인을 마셨다. ㅂㅅㄹ은 곧잘 술자리를 같이 하곤 하는 기존 멤버보다 이런 새롭고 젊은 친구들이 좋은 모양인데 그것 역시 너의 보수성이다, 라는 말은 못해줬다. 나중에 친해지면 해줘야지. 여기서 짱먹고 싶은 마음이니까. 술자리도 싫지는 않았지만 아주 즐겁지는 않았다. 그치만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있을 거 같았어. 내가 술을 안 하는 게 싫은지 나도 한 잔 했으면 하는 눈치였고, 나도 그러고 싶어서 마신 거긴한데 오해할까 조금 걱정되네. 나중에 그와 그의 아내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왔고 가지랑 조금 뛰어놀았고 포근포근하게 나란히 잘 잤다. 서울 며칠 다녀왔다고 도시 사람이 되었는지 한 두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았어!

20171111

11.11.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큰언니집에서 작은언니집으로 옮겼다. 시험장으로 가기에 편하기도 하고, 식구들 와글와글한 집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공부라도 좀 해볼 생각이었다. 은행보안카드처럼 내방에서 챙겨올 것도 좀 있었고.

작은언니는 토요일에도 출근하니 8시정도에 도착하게 갔다. 역시나 챙길게 많았다. 언니는 언젠가 내가 트위터에 있으면 좋겠다고 한 머그잔워머 플레이트와 앞치마로도 쓸 수 있는 예쁜 원피스와 찢어져서 꼬맨자국이 있는 운동복을 줬다. 트위터를 언니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깜빡 잊는다. 하긴 이제 엄마가 네이버나 다음 검색해서 내 책 서평도 읽고 브런치에 올린 완주행보도 읽는다. 세상에 내놓은 글쓰기는 누가 읽을지 알수 없고 그 글로서 독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엄마는 완주행보가 내가 외롭다고 쓴 글을 읽고 우셨다고 한다. 나한테는 ‘사람들이 고아인줄 알까무순께 엄마가 가서 며칠만 있다 오고 싶은디’라고 하시지만 나는 절대 반대할거다. 이러다 에어비앤비에 올린 거 보고 예약해서 오실지도 모르겠다. 하하.
이것저것 가져갈 걸 챙기다보니 짐이 엄청 많아졌다. 어제 큰언니가 챙겨준 더치커피 내리는 기구도 가져갈지 말지 판단해야한다. 짐이 너무 많으면 두고 급한 것만 가져가야지. 내일 만나기로 한 친구들과 타이밍이 잘 맞아서 그 차를 얻어타고 같이 내려가기로 했다.

언니랑 밥 먹고, 언니 출근하고, 욕실 바닥 배수구뚜껑을 세탁기도 꽂을 수 있는 걸로 바꾸고 싶어서 철물점에도 갔는데 때마침 재고가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 인터넷으로 신청해도 되지만 배송료가 비싸고 내가 있을 때 바꿔놓고 가고 싶어서 다음에 와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정말 이제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해야할 때 집중하면 금새 졸리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시늉을 해본다. 집앞 스타벅스나 시험장 근처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다 가려고 옷을 챙겨입었다. 지도어플로 스타벅스를 찾아보고 잠깐 책을 보는데 나쁘지 않게 공부가 되어서 굳이 카페에 가지 않기로 한다. 게다가 집앞에서 버스타면 바로 학교다. 카페를 찾아가는게 더 귀찮은 일. 그래서 시험시간 30분 전에만 도착하도록 1시에 집을 나섰다. 책을 보니 아 하루만이라도 일찍 공부를 시작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시험장에 도착했고 자격증 시험의 면접을 처음보는 거라 떨렸지만 책을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내 면접대기장의 관리자는 말이 너무 많아서, 자기딴엔 긴장을 풀어준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듣기 싫어 혼났다. 말씀을 하지 말라고 할까하고 두세번 마음속으로 질문하다가 수험자 중 한두명이 질문하고 답하고 대화하길래 그냥 귀마개를 꽂고 명상했다.

면접시험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전문지식 질문에서 술술 답을 못했지만 이 정도면 됐다 하는 성의를 봐주신 것 같았고 교사로서의 인성이나 교수 시 생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같은 건 적당히 말한 것 같다. 이 정도면 평균 60은 넘는 합격이라는 느낌.

집에 오는 길에 고양이를 돌봐준 ㅎㅇ 생각이 나서 서울특산품으로 뭐 필요한 게 있냐 물었더니 크리스피크림도넛을 얘기해서 사당역에 있는 가게에 들러 오리지날 글레이즈드 미니셋트를 두 박스 샀다. 하나는 ㅎㅇ주고 하나는 카페에서 사장님과 ㅈㅁ 등과 먹으면 좋을 거 같아서. 짐도 많은데 이걸 들고 갈 생각을 하니 조금 두려웠지만 나는 할 수 있겠지. 우리집에서 사당역 전철안도 복잡하고 도너츠 살 때 보니 수원으로 나가는 광역버스의 길은 100미터는 족히 되는 거 같았다. 두렵다. 집으로 돌아와서 옷 갈아입고 짐을 싸고 하면 약속한 6시를 맞출 수 있을 거 같았다.

같이 차를 타고 가기로 한 친구들이 조금 일찍 끝난거 같다면 되는대로 오라고 했는데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서 사당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았다. 택시를 탈까 봤더니 2만원이 넘고, 사당역까지만은 카카오택시를 불러도 너무 가까워서 그런지 응답이 없다. 겨우겨우 사당역에 도착했는데 버스의 줄이 정말 길다. 도너츠를 미리 사길 정말 잘했네. 30여분을 기다려 겨우 탔다. 일찍 출발해서 가지를 일찍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는 물건너 갔다. 처음에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래도 수원에서 저녁을 먹고 7시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했다. 집을 나서서 걸어오는데 생리컵을 했는지 안했는지 헷갈렸다. 이물감이 전혀 없으니까 비운다고 화장실에서 꺼내놓고 안 넣은 건 아닌가 걱정되어 중간에 화장실에 들러서 확인했다. 있었다. 웃긴 에피소드.

메뉴는 역시 도시음식, 고르곤졸라 피자와 아보카도 연어 샐러드와 홍합국물이 얼큰한 꼬제를 먹었다. 그리고 나를 인터뷰하러 오겠다고 하던 친구는 수년전 직장에서 옆팀 인턴이던 친구. 하하 요즘 제작소 인턴 출신을 두 번째나 만난다. 신기한 인연. 스쳤던 인연은 결국 비슷한 방향을 향해 흐르므로 고인 곳, 멈춘 곳 어디선가 만난다. 재미있다. 그리고 흐릿한 기억속 그 친구는 여전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눈빛을 보고 낯이 익다 생각했는데 이름을 들으니 정말 딱 기억이 났다.

차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인터뷰 비슷한 걸 했다. 어떻게 살아왔고 무슨 일을 했고 일과 자신의 삶과 기대와 실망과 보람과 소진되는 느낌과 조직에서의 한계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내 노력과 지금의 생활과 …. 어떻게 나올지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10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내일 오전 조식서비스가 취소되었다는 사장님 전화를 받았다. 나쁜 사람들. 계약서 쓰고 계약금으로 선금 받으며 일해야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버터랑 씨리얼이랑 잔뜩 사놨는데. 집에 들어오는 길에 ㅎㅇ에게 들러서 도나쓰를 배달하고 집에 왔다. 차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조금 나눴고 손님들은 큰 방에 나는 작은방에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