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7/12/17

20171217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어제 풀지도 못한 가방을 풀었다.  10시 반 고산 성당 미사에 갔다. 시골마을 작은 성당이라 사람들이 다 얼굴을 아는지 우리더러 못 보던 얼굴이라 하셔서 민망했다.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아서 처음부터 어리버리했는데 신부님 말씀이 너무….길고 재미없어서 역시 나는 명동성당의 익명성과 담백함이 좋구나 생각했다. 지역은 이런 것도 지역적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고 초원국수 가고 싶었는데 일요일 휴무, 아지트 분식도 휴무, 노랑국시도 휴무. 우동을 먹고 카페에서 택배를 찾아 집으로 왔다. 아 저녁에 구워 먹자고 소고기를 사왔다. 하하하하.

쉬고 있는데 ㅇㅎ가 방보러 왔다. 가지방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살곳을 찾겠다고. 그래 일단 살아보자. 적당한 방세를 정하고, 관리비나 도시가스는 나누기로 했다. 내가 살면서 받았던 마음을 나눌 기회를 갖는 계기가 되기를.

작은언니가 사서 보내준 유니폼 중 분홍색 입고 카페 출근했다. 오늘은 갑자기 잡힌 마감타임 근무. 손님이 많지는 않아 다행이다. ㅊㅅㅇ ㅎㅂㄱ이 다녀가서 즐겁게 인사했다.

그리운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술을 먹고 있다고 전화해줬다. 취하면 귀엽게 무례해지는 한 친구는 내가 한 말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야? 나한테 예의를 좀 차려’라고 지청구를 줘서 당황한 모양이다. 취한건 귀엽게 봐줄수 있지만요. 그래도 좋겠다.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맘껏 취하고 못난 모습도 보이고. 한참 통화했네 즐거웠다.

카페는 한가했다. 사장님을 비롯 동네분들이 총회하고 모이셔서 송년모임을 하고 있었고, 나는 청소하고 마감하고 일을 하고.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그런 자리였다. 9시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ㅇㅈ와 소고기를 구워먹었다. 가지에게도 한우 한 조각을 잘게 잘라서 먹였더니 잘 먹었다. 언니가 가끔 그렇게 생고기 줄게. 사랑해 가지야.

배 먹고. 귤 먹고. 초콜렛 먹고. 신나게 밥을 먹고 잤다. 기분 좋은 날이다.

20171216

일찍 일어나서 발표 준비를 했다. 9시 전에 보냈고. 9시 반 예약에 늦지 않게 치과에 도착했다.

살림의원이 너무너무너무 앉을 자리도 없이 복잡해서 깜짝 놀랐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한 아저씨가 바쁜 간호사 선생님을 붙잡고 앉을 의자가 없으니 어린이놀이방 쇼파를 옮겨와야 하지 않냐며 실랑이를 해서 보고 있는데 답답해 미칠뻔했다. 아이고.

패여서 시린 부분 레진으로 메꾸고, 한쪽 잇몸치료 했다. 잇몸 속까지 치석이나 치태 끼인 것 한번 싸악 정리해주는 개념이다. 아주 심각하게 나쁜 건 아니고 예방차원에서. 다음번에 나머지 반 하면 된다. 치솟질도 배우고 기분좋게 치과 진료 마쳤다.

버스타고 서대문역으로 가서 ㄱㅎㄹ 만나 정동국시에 갔다. 오랜만에 전전전 직장동료를 만나니 재미있었다. 한참을 수다떨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읽었다.

라디오섭외 들어온 거 얘기하면서 편집자에게 하는 게 저자브랜드 높이는 일이냐고 상담했다고 하니 당연하지 해야지, 라고 했고 내가 너무 유명해질까봐 안 그러고 싶어서 그랬다는 말에는 정말 깔깔깔 웃었다. 직언하건데 그런건 나중에 생각하라고. 하하. 난 진심인데.

2시에 시골살이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신나서 한창 떠들도 놀다왔다. 시골 오고 싶어하는 도시 언니들도 만나고, 한눈에 교사인 게 딱 티나는 중년여성도 만나고, 지림산 이음과 제대로 일도 같이 한 번 해보고, 홍동의 ㄹㅅ언니 연락처도 따고, 젊은협업농장 이야기도 듣고 재미있었다. 저녁밥 얻어먹고 8시 반 버스 타고 내려왔다. ㅇㅎ 만나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얼굴도 못봤다.

8시 30분 버스를 예매해 놓고선 뭐가 씌였는지 8시 50분이라고 착가해서는 있지도 않은 8시 버스로 당겨 타겠다고 허겁지겁 달려서 엄청 숨이 찼다. 2시간 20분동안 버스타고 내려오는 동안도 진정이 안됐다. 근데 정말 왕궁코스 너무 편하고 좋다. 11시 못 되어 도착해서 20분 달리니 집. 와우.

집에 와 있던 ㅇㅈ랑 빵먹고 수다떨고 놀다가 ㅎㄴㅅ랑 통화하다가 잤다. 낮에 ㄱㅎㄹ가 빵터졌던 거 포함 우아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서 얘기했다. 피곤한데 노는 게 재미있어서 늦게까지 이야기했어. 히히.

20171215

바쁘다. 바빠.
일찍 일어나서 오늘의 할 일을 정리했다. 오후에 ㅇㅈ가 올거니까 빨래를 개고 방을 닦고 도서관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서 여성재단 지원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다. 그리고 버스타고 서울에 가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생각해보니, 중앙도서관갔다가 봉동터미널로 돌아오느니, 둔산리 영어도서관 갔다가 익산 왕궁터미널에서 버스타고 가는게 나을거 같아서 그렇게 움직였다. 그런데…. 둔산리 도서관에서 거짓말 안하고 5번 정도 시도했지만 계속 에러. 두 번이나 전화해봤지만 나만 안되는걸로. 물론 시스템이 엉망인 거 같기는 했어…. 여튼 버스 타러 갔다.

ㅅㅎ는 줄 게 있다고 카페에 잠깐 들렀으면 했는데 나는 일이 일찍 끝날줄 알고 갈려고 했지. 근데 일도 잘 안풀리고 기다리던 택배도 안 오고 해서 월요일에 다시 만나는 걸로.

안내된 예상시간인 2신 20분 정도 걸려서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지하철 타고 구산동으로 가서 ㅇㄱ집에 먼저 들어갔다. 마음이 좀 급해서 얼른 작업을 하고 밥을 먹든 저녁 녹음을 준비하든 하려고 ㅇㄱ 컴퓨터를 빌려서 작업했다. 이번에도 안되면 폭파시켜버리겠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는데 어이없게 그냥 되었다. 다행이긴하지만 씁쓸.

ㅇㄱ이 오뎅탕 끓여줘서 밥 먹고, 대본 좀 보고, ㅈㅁ에게 보낼 질문 정하고, 시간에 딱 맞춰서 도서관으로 갔다. 녹음실 장비 사용이 마땅치 않아서 그냥 스튜디오만 빌리고 우리가 가져간 장비로 녹음했다. 관잠님이 우리 팟캐스트에, 내 책에 관심을 보여서 고맙기는 했는데 그만 좀 하고 나가시지. 우린 할일이 많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ㅇㄱ이 내 얼굴에 다 보였다고. 하하하.

ㄴㄴ가 왔고, 녹음을 했는데 이번엔 좀 산만하게 잘 안된거 같아서 아쉽다. 피디는 괜찮다고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고 했는데 하루일과를 마치고 온 저녁에 두 회분 녹음은 아무래도 무리였던 것 같다. ㄴㄴ 주려고 산 김밥과 튀김과 떡볶이는 겨우겨우 녹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끼리 먹었다. 처음에는 다음편 기획회의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거였어. 암.

집에 와서 떡볶이 먹고 터질것 같은 배를 움켜쥐고 도저히 내일 발표준비를 할 자신이 업섯어 일단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