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어제 풀지도 못한 가방을 풀었다. 10시 반 고산 성당 미사에 갔다. 시골마을 작은 성당이라 사람들이 다 얼굴을 아는지 우리더러 못 보던 얼굴이라 하셔서 민망했다.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아서 처음부터 어리버리했는데 신부님 말씀이 너무….길고 재미없어서 역시 나는 명동성당의 익명성과 담백함이 좋구나 생각했다. 지역은 이런 것도 지역적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고 초원국수 가고 싶었는데 일요일 휴무, 아지트 분식도 휴무, 노랑국시도 휴무. 우동을 먹고 카페에서 택배를 찾아 집으로 왔다. 아 저녁에 구워 먹자고 소고기를 사왔다. 하하하하.
쉬고 있는데 ㅇㅎ가 방보러 왔다. 가지방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살곳을 찾겠다고. 그래 일단 살아보자. 적당한 방세를 정하고, 관리비나 도시가스는 나누기로 했다. 내가 살면서 받았던 마음을 나눌 기회를 갖는 계기가 되기를.
작은언니가 사서 보내준 유니폼 중 분홍색 입고 카페 출근했다. 오늘은 갑자기 잡힌 마감타임 근무. 손님이 많지는 않아 다행이다. ㅊㅅㅇ ㅎㅂㄱ이 다녀가서 즐겁게 인사했다.
그리운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술을 먹고 있다고 전화해줬다. 취하면 귀엽게 무례해지는 한 친구는 내가 한 말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야? 나한테 예의를 좀 차려’라고 지청구를 줘서 당황한 모양이다. 취한건 귀엽게 봐줄수 있지만요. 그래도 좋겠다.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맘껏 취하고 못난 모습도 보이고. 한참 통화했네 즐거웠다.
카페는 한가했다. 사장님을 비롯 동네분들이 총회하고 모이셔서 송년모임을 하고 있었고, 나는 청소하고 마감하고 일을 하고.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그런 자리였다. 9시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ㅇㅈ와 소고기를 구워먹었다. 가지에게도 한우 한 조각을 잘게 잘라서 먹였더니 잘 먹었다. 언니가 가끔 그렇게 생고기 줄게. 사랑해 가지야.
배 먹고. 귤 먹고. 초콜렛 먹고. 신나게 밥을 먹고 잤다. 기분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