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7 12월

20171215

바쁘다. 바빠.
일찍 일어나서 오늘의 할 일을 정리했다. 오후에 ㅇㅈ가 올거니까 빨래를 개고 방을 닦고 도서관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서 여성재단 지원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다. 그리고 버스타고 서울에 가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생각해보니, 중앙도서관갔다가 봉동터미널로 돌아오느니, 둔산리 영어도서관 갔다가 익산 왕궁터미널에서 버스타고 가는게 나을거 같아서 그렇게 움직였다. 그런데…. 둔산리 도서관에서 거짓말 안하고 5번 정도 시도했지만 계속 에러. 두 번이나 전화해봤지만 나만 안되는걸로. 물론 시스템이 엉망인 거 같기는 했어…. 여튼 버스 타러 갔다.

ㅅㅎ는 줄 게 있다고 카페에 잠깐 들렀으면 했는데 나는 일이 일찍 끝날줄 알고 갈려고 했지. 근데 일도 잘 안풀리고 기다리던 택배도 안 오고 해서 월요일에 다시 만나는 걸로.

안내된 예상시간인 2신 20분 정도 걸려서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지하철 타고 구산동으로 가서 ㅇㄱ집에 먼저 들어갔다. 마음이 좀 급해서 얼른 작업을 하고 밥을 먹든 저녁 녹음을 준비하든 하려고 ㅇㄱ 컴퓨터를 빌려서 작업했다. 이번에도 안되면 폭파시켜버리겠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는데 어이없게 그냥 되었다. 다행이긴하지만 씁쓸.

ㅇㄱ이 오뎅탕 끓여줘서 밥 먹고, 대본 좀 보고, ㅈㅁ에게 보낼 질문 정하고, 시간에 딱 맞춰서 도서관으로 갔다. 녹음실 장비 사용이 마땅치 않아서 그냥 스튜디오만 빌리고 우리가 가져간 장비로 녹음했다. 관잠님이 우리 팟캐스트에, 내 책에 관심을 보여서 고맙기는 했는데 그만 좀 하고 나가시지. 우린 할일이 많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ㅇㄱ이 내 얼굴에 다 보였다고. 하하하.

ㄴㄴ가 왔고, 녹음을 했는데 이번엔 좀 산만하게 잘 안된거 같아서 아쉽다. 피디는 괜찮다고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고 했는데 하루일과를 마치고 온 저녁에 두 회분 녹음은 아무래도 무리였던 것 같다. ㄴㄴ 주려고 산 김밥과 튀김과 떡볶이는 겨우겨우 녹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끼리 먹었다. 처음에는 다음편 기획회의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거였어. 암.

집에 와서 떡볶이 먹고 터질것 같은 배를 움켜쥐고 도저히 내일 발표준비를 할 자신이 업섯어 일단 잤다.

20171214

아무래도 쓸 자신이 없어서 1시에 잤다. 다행히 5시반쯤 눈이 떠 졌고 어떻게 어떻게 겨우겨우 써서 보냈다.
이렇게 말하니 정말 작가의 삶. 두둥.

12시 반 카페 근무까지 좀 잘까싶었는데 낮밥으로 갈비탕 먹자고 직장동료 ㅅㅎ 가 호출. 후다닥 11시 반에 출근했다. 새벽에 마감하느라 방이 엉망이어서 정리를 좀 하고 싶었는데 그냥 일단 무조건 나섰다. 그리고 냠냠.

우체국 가서 어제 출력한 여성재단 지원금신청서를 부쳤다. 익일특급으로 부쳤는데 혹시라도 내일까지 안 들어갈 수도 있단다. 뭐랄까 예전부터 우체국업무를 봐오신 분의 기품 같은 게 느꼈졌다. 봉투에 원서재중이라고 써주시고, 기한 임박이라고 특별히 신경써주시는 게 느껴졌다. 고맙습니다.

돌아와, 인터넷으로 온라인 신청서도 쓰려는데 맥북이라 그런지, 마감날이라 잘 안되어서 그런지 종일 뱅글뱅글 돌다가 잘 안되었다. 내일 마저 한 번 더 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좀 편히 생각했고.

점심을 먹고 들른 완두콩 식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ㅅㅇ는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남긴 극찬서평을 보여줬고, 책 한권을 더 사갔다. 하하.

오후에 부산에서 ㅎㅇ랑 ㅁ이 왔다. 와. 이런 갑작스런 만남 성사는 너무도 좋고 기쁘고 고맙고 황송하다. 고흥에 같이 땅사고 집 고치자던데. 하하. 정말 그렇게 되면 신나겠다. 바다가 보이는 시골집이라니. 그리고 모두의 별장.

간간히 손님이 왔고, 귀촌녀의 세계란이 업로드되어 애플팟캐스트에도 등록했다.

아침에 보낸 원고는 편집자의 손을 거쳐 깔끔하고 아름답게 매만져져서 돌아왔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

안심과 갈비살을 배불리 얻어먹고, 고래 센터에 가서 토리 인터뷰를 따 오고, 집에 와서 씻고 잤다.

내일 나는 서울에 가고 ㅇㅈ는 우리집에 와서 내가 없는 집에서 가지를 봐줄터다. 좋은 타이밍.

가지방에 장기투숙객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집에 와서 여성재단 온라인 신청을 신청했는데 역시 안된다. 내일 도서관에 가서 피씨로 다시 해봐야겠다. 그리고 서울행. 뭐 입고 갈지 아직 안 정했는데….흠 마음이 급하군. 방도 한 번 닦아야지. ㅇㅈ오기 전에..

20171213

매우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굿모닝, 인사를 했는데 그게 새벽 2시였어. 그러니 다시 잤지. 하하.

생리는 어제 끝났나보다 어제도 오늘도 깨끗하다. 다만 윤쌤이 말씀하신 것처럼 생리량이 매우 늘어서 과다출혈이라 볼 수 있으니 몇달 더 지켜보고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할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잠들어서 제법 잘 잤다.

여성재단 신청서를 마감해서 보내고, 청탁원고를 하나 후다닥 써야한다. 그래야 금요일 녹음, 토요일 행사를 준비한다. 화이팅이다. 오늘은 그래도 이쁜 밥상을 차려서 아침을 먹었고 자리잡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좋았다.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아침에 이쁜 밥상을 차렸다. 오랜만에. ㅈㅁ를 팟캐 전화연결에 섭외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리 잡고 쓰다가 말다가 1시에 ㅎㅇ 태우고 카페로 갔다. 계획은 어제까지 다 쓰고 오후엔 다른 원고 쓰는 거였는데 겨우 종일 끙끙대면서 다 썼다. 기한을 넘기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광고주님이 입금해주셨고, 저녁에 카페 식구들과 광고 녹음했다. 아 귀여워. 히히 신난다.
밤에 ㅈㅁ 와서 사전 인터뷰했다.
ㅌㄹ가 들러서 인사하고 내일 일정 이야기했다. 일이 많아서 조금 정신이 없기는 한데 촥촥 진행은 되어간다.

20171212

아침에 일어나 카페에 가서 일하고, 12시 30분부터 근무하려고 했으나 그냥 어쩌다보니 집에 있었다. 페이스북에 팟캐스트 최종편집본을 들었다. 재미있다. ㄴㄴ와 ㅇㅁ의 피드백, ㅇㄱ의 피드백 이런저런 개선사항이 있지만 괜찮은 편. 좋다.

조금이라도 일찍 나서볼까하고 차를 타러 갔는데…두둥.
날이 많이 추워서 그랬는지 차가 방전이다. 아니 사실 파킹에 기어를 두지 않고 불도 제대로 끄지 않았고 문간이라 바람이 많이 들어오고 이래저래 상황이 맞아떨어졌겠지. 보험회사 서비스를 불러서 충전하고 나섰다. 시간을 미리 많이 내지는 못했다. 힝.

아침에 나설 때 차들이 끌려가는 걸 보고 혀를 끌끌찼는데 세상에. 내게 그런 일이 생겼고만.

여성재단 지원서를 다 못썼다. 마감까지 카페 근무라서 중간에 일을 하는 건 무리고. 그냥 다듬기만 했다.

토요일 행사 준비하는 ㅇㅅ에게 전화왔다. 금요일까지 자료를 달라고 한다. 끝나고 공식일정은 없지만 저녁 먹거나 그럴수 있다고.

ㅎ와 연락을 주고 받았고, ㄱㅇㅇ씨도 연락을 주었다. 라디오방송국엔 고정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답장보냈는데 그렇다 저렇다 할 답이 아직 없고

날이 너무너무 추워서 계속 불을 뗐다.

집에 와서 고양이랑 놀다가 잠들었다. 이번주만 바쁘다. 이번주만 지나면 된다.

20171211

오랜만에 늦게까지 많이 잤다. 8시에 일어나서 느릿느릿 나갈 준비를 했다.
가편집 파일을 듣고 신났다. 와 재밌네.

아침부터 보험회사에서 전화와서 지난 금요일의 사고를 상기시켜주었다.
카페에 출근했고 바쁘진 않았고 눈이 와서 조심스럽다.

ㄱㅇㅅ, ㅅㅇㄷ 모두 너무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느낌이어서 그러지 말라고하고 자연스럽게 지켜보자고 했다. ㅎㄴㅅ 에게 가끔 연락하고 ㄱㅈㅎ는 버리기로 결심했다.

여성재단 신청서를 써야하는데 바쁘고 정신없고 마음이 안 나서 아직도 계속 질질 끌고 있다. 며칠 안남았는데 오늘내일 사이에 꼭 해야한다.

ㅅㅎ이 작업자들의 로망이라는 마이크를, 우리 분에 넘치는 너무 좋은 장비를 빌려주셨다.
저녁에 ㄷㅈ이 ㅇㅈ을 데리고 고산에 왔길래 가편집한 거 같이 들어보고 장비 사용법을 연습했다

ㅅㄹ이 작업실에 들르라고 해서 한치를 몇조각 얻어먹고 집에 왔다
ㅎㄴㅅ와 짧은 챗을 하고 잤다. 가지가 정말 옆에 딱 붙어있다. 사랑스러운 우리 가지. 고맙다.

사료를 주문해야겠다. 그리고 내일은 꼭 여성재단 신청서를 후다닥 써버려야지.

20171210

피곤해서 눈이 자연스럽게 떠지지는 않았다. 7시 미사에 가려면 6시 반 전에는 나가야하고 여유있게 준비하려면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일어나서 샤워하고 나갈 준비했다. 촥촥 챙겨입고 기분좋게 나섰다.

눈이 오더라. 많이 왔더라. 조심조심 명동역까지 가서 걸어갔다.

이른 아침의 눈오는 명동역을 보는 기분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관광객들도 많고 일찍부터 자기 역할에 충실하는 분들을 보니 존경스럽고.. 기분좋게 미사에 참여했다. 내 친구 ㅌㅇ이는 늦잠자서 미사 끝나고 겨우 도착했지만 ㅋㅋㅋ

끝나고 하동관에서 특곰탕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걸어서 서울역으로. 그리고 대전으로 왔다.

대전 중앙동 지하상가에서 우동을 먹고 구석으로 걸어와서 이야기하면서 ㄱㅇㅇㅆ를 기다렸다. ㅂㅇ도 ㄱㅇㅅ도 다들 자기들이 더 신나서는 하하하. 만나서 대청호수에 가서 좋은 풍경을 보고 쥬스를 마시고 기차시간 간당간당하게 서대전역 도착. 즐거웠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문자를 보냈는데 그냥 네, 하고 와서 음 나는 할만큼 했다, 이런 마음이 들었고 ㄱㅇㅅ는 또 자기가 신경쓰면서 나한테 왜 말이 없냐고 연락왔길래 잘 만났다고 보고

집에 와서 두 시간동안 욕조목욕을 했다. 아주 아주 좋다. 오랜만에 쫓기지 않고 쉬고 잠을 잤다.

20171209

다섯시 정도 일어났다. 어제 일찍 잔 줄 알았는데 그래도 트위터 보고 그러면서 늦게 잤나봐. 보험처리하고나면 다음년도 보험료 많이 오르나,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나 가볍게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만한 사람도 없고. 그랬다. 속상한채로 잠들었다.

자다 깨다 시계를 보고 다시 잠들었다. 12시, 3시 이런식으로 깬 거 같던데. 4시 되어서 일어났다. 욕조 목욕을 좀 했더니 기분이 낫다.  근데 바빠서 그런지 수면패턴이 엉망이 되었다. 다음주까지 계속 이러면 정말 속상해. 힝. 원고 마감도 있고, 지원서 마감도 있고, 발표도 있다.

게다가 오늘은 아침에 기차타고 서울가서 ㅅㅎ이랑 점심먹고 오후에 행사 하나 하고  자고 내일 아침에 명동성당 새벽미사 갔다가 대전으로 내려와서 점심 먹고 돌아오는 일정. 이렇게 바빠야 하나 자괴감이 들지만 그냥. 평소에도 그런 일정으로 다니니까. 요즘은 이런 일정만 있는게 좀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나님이 이런 사람인걸…힝..

30분 정도 오늘 행사 발표 준비하고. 다른 거 하지 말고. 내일 내려와서 저녁에 재단 신청서 써야겠다.

강행군 시작.
5시 30분쯤 일어났고, 뜨거운 물에 30분쯤 몸을 담궜다. 너무 피곤하고 속상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까. 너무 바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욕조 목욕은 어쨌든 기분을 좀 나아지게 한다. 나가려고 보니 눈이 와 있어서 긴장을 좀 했지만 조심조심 삼례로 운전해서 갔다.

삼례까지 자차
삼례에서 익산, 익산에서 광명으로 기차를 타고
광명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사당역으로 간 뒤
이수까지 지하철 갈아타고 태릉입구역까지 장장 5시간에 걸쳐 겨우 약속 장소에 도착

오랜만에 만난 ㅅㅎ과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놀다가
발표시간인 4시에 가까워지자 장소로 갔다 3시부터 조금 대기하다가 6시에 잘 마치고 돌아왔다

길공방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답고 낭만적이고 훌륭하다
초대해준 돌곶이센터와 여성공예센터아리움도 아름다웠다 좋지.

나는 너무 피곤하니까 우선 집으로 왔고 작은언니와 접선
좋아하는 하나은행 앞 떡볶이를 먹고 바로 잠들었다

언니가 맨투맨티셔츠, 휴대용립밥바세린을 줬고 나는 카라달린 셔츠 없냐고 땡깡부렸다.
기분좋게 침대에서 잘 잤다.

[세쪽책] 원래의 자리

016호 [원래의 자리]

가지네 2017년 12월 8일 발행 :
http://www.facebook.com/3pagesbook
 :
글_신바닥 : 책값 500원

도시를 떠나 살아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지역으로 가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누구랑 놀아야 하나, 뭘 하고 살아야 하나 본격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완주군에 있는 협동조합에서 낸 채용공고를 봤다.

나는 한 달 이상 계속되는 장기 여행을 좋아한다. 3개월이고 1년이고 다른 지역에서 지내는 것 역시 조금 더 긴 여행이라 생각하던 터라 완주로 긴 여행을 간다 생각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여행은 모아둔 돈을 쓰기만 하면 되고 언젠가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삶터를 옮기는 일은 ‘원래의 자리’를 새로 만드는 일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시골에 가면 도대체 돈은 뭘해서 벌 수 있나요?’다. 당장 할 일, 소속된 회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 없이 이주를 감행하기는 어렵다. 나 역시 직장을 구하고 내려왔다. 그렇지만 조금만 버티면 어떤 종류든 일거리는 생기기 마련이다. 굶어죽지는 않는다. 사람들에게 초기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 생활비와 불안해하지 않을 마음만 가지고 일단 내려오면 어떻게든 살아는진다, 고 말하는데 나도 그렇게 못했기 때문에 안정된 직장이 없다고, 뭘 하고 살아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이주를 주저하는 그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언제부턴가 도시의 공기를 마시면 머리가 아팠고, 빡빡하게 들어선 건물과 도로 위의 자동차, 한시도 조용할 틈 없는 도시생활보다 길 가 눈 닿는 자리 누구도 보이지 않는 시골의 길에 서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완주에 직장을 얻고 집을 구하고 살기 시작하면서 ‘원래’ 나의 자리는 사라졌다. 여행을 가도 이제 여기가 돌아올 자리다.

솔직히 말하면 직장 생활은 도시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는 않았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비슷하듯 사는 모습도 그러하다. 읍내 아파트에 살기에 옆 집에 누가 사는지 몰랐고 도시에서와 같이 출퇴근을 반복하면서 고단한 삶을 이어갔다. 도시의 친구들은 전원일기에서 보던 풍경을 떠올리며 마을회관에 모여 고스톱을 치고, 잔치 음식을 나눠먹고, 텃밭쯤은 가꾸면서 상추나 고추를 따먹느냐고 묻는다. 아파트에서도 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느라고 텃밭 분양도 하고, 영화상영도 하지만 남의 일이다. 게다가 농사는 천성이 부지런한 사람이나 하는 거다. 나는 내 텃밭에 1년 동안 딱 3번 갔다. 그래도 베란다에서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도시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비행기를 타고 동남아 어디쯤이나 가야 볼 수 있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경, 최소한 제주도라도 가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 매일매일 펼쳐졌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만경강 둑방길을 따라 출퇴근했다. 황홀했다. 직장생활이 도시의 그것과 거의 같음에도 절대 도시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까닭은 거기에 있다. 만경강에서 헤엄치는 오리들, 가을이면 피어나던 코스모스, 논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잠들기 직전까지 누워서 달구경을 하던 밤들.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은 아름다운 동시에 적막하다. 여기서는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과 포개져 출근하고 길을 걸을 때도 줄서서 기다리면서 어깨를 부딪히지 않아도 된다. 그 한적함이 때때로 외롭고 쓸쓸하다. 속 얘기를 할 오랜 친구, 이유를 묻지 않고 눈물을 닦아주는 가족,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면서 배가 아플 때까지 웃을 수 있는 동료들이 그리웠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으니 아름다운 곳에서 사는 대신 심심하고 괴롭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지금 카페에서 주 3~4일 20시간 정도 일한다. 덕분에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카페에서는 열리는 공연, 강연, 전시에 참여한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여유 시간에는 동네의 친구들을 만나 논다.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더 들인다. 수입은 1/3 수준으로 줄었지만 그 대신 더 부지런히 다양한 일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고 한다.

귀농귀촌은 도시생활의 완벽한 대안이 아니므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한다. 문화생활만 하더라도 도시에서는 선택하고 소비만 하면 끝나지만 여기에서는 직접 마을 장터에 참여하는 식이다. 자동차가 생기면서 극장, 도서관, 일터, 마트에 가는 길이 전처럼 어렵지도 않다. 역시 시골에선 자가용이 필수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혼자 이사 오는 사람도, 연고 없는 사람도 이주할 수 있다. 사실 가족 모두가 함께 오는 사람도, 와서 농사를 짓는 사람도, 원래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에게도 삶은 녹록하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가 원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알아차리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할테니까. 나는 차근차근 경험하면서 그 길을 찾는다. ‘원래의 자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면서.

20171208

두어시간 자고 일어나니 정신이 났다. 사실 오늘 오후에 삼례에서 사례 발표해야하는데 마땅히 준비를 못했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저녁에 땡땡땡에서 남아서 챙겨온 빵을 뜯어 먹었다.

언어교환사이트에서 연결되어 카톡을 주고받는 영국 남자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와서 부담된다. 뭘 어쨌다고 저러냐. 그냥 영어를 쓰니까 재미있어서 그냥 연락을 받고는 있는데 흠. 너무 바빠서 놀 시간이 없는 게 아쉬울 뿐.

자리에 앉아 후딱 정리하고, 귀농귀촌 수기공모에 냈다가 본선탈락한 글을 다듬어서 페이스북에라도 올려야겠다.

한 달에 한 번 가지 접종하는 날이다. 산책해주시니까 외부기생충약 발라줘야한다. 오늘은 심장사상충도 겸했다. 아침에 후딱 다녀왔다. 발톱도 깎아주셨다. 가격이 부담되면 사다가 직접 발라도 된다는데, 우선은 정기 검진처럼 다녀보자. 밥을 너무 많이 먹는데 다이어트를 사료 주는 걸 권하신다.

11시 반에 소고기 점심 약속이 있다. 귀농귀촌 수기 공모 참여를 계기로 완두콩에서 사주시기로 했다. 텐트 전해주기로 한 ㄴㅎ도 불러 같이 먹자고 했다. 어쩌다보니 많은 멤버가 모인 완두콩 회식 같은 분위기였다. 화산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었다. 2시 반에 삼례 행사에 갔는데, 진행이 미숙해서 7시 반까지 다섯시간을 기다렸다. 으으으윽. 후다닥 5분안에 발표를 끝내고 저녁이나 먹고 가려고 했는데 ㅈㅇ과 ㅅ을 태우고 가다가 길을 잘못들어 돌려서 나가려다가 주차되어 있는 재규어를 박았다. 아아아아. 다행히 나이스한 아저씨여서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니 보험처리 하면된다고 하신다. 그래 그러자. 그러려고 보험드는 거지. 보험회사 기다렸다가 접수하고 저녁먹고 집에 왔다.

편한마음으로 내가 먼저 나서서 누구 태워다 준다고 할 때 아니고선 이렇게 사단이 난다. 전에 살던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비오는날 주차된 차를 한 번 박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ㅅㄹ과 ㅈㅈ이 데려다준다고 얼른 주차하고 올라가려고 했던 때였다. 내 성향을 알았으니 섣불리 누굴 태워다준다고 하지 말고, 누구의 기다림이 내게 부담되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사고 냈는데 옆에서 대신 막 사과하고 그러는 것도 싫었다. 내 스타일이 아니니까. 운전이 처음이래요, 아이고 하면서 어떻게든 일 크게 안 만들려는 그런 태도가 동승인에게서 반사적으로 나왔다. 아 난 옆에서 안 그래도 되는데, 아니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하고 가만히 있었다. 아마 그런 작은 어긋남들이 시작이었을 거다. 편치 않은 사람. 오늘 행사도 내내 기다리고, 지겹고, 힘들도 괴로웠다. 그런데 어제 준비한다고 잠도 못자고, 생리때문에도 계속 깨고. 이만저만이 아니다. 흑…

행사장에서 지루해서 영국남자랑 채팅했다. 집에 돌아와서 사고났다고 말하고 바로 쓰러져 잤는데. 걱정해주니까 기분은 또 좋더라. 힝. 몰라. 그냥 잤다. 내일모레도 강행군이다.

20171207

4시에 깼다가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니 생리가 시작되었다. 다행이다. 앉아서 일기를 쓰고 다시 졸려서 8시까지 잤다. 12시 30에 카페 출근인데 오늘이 아니면 아무래도 은행 갈 시간이 마땅찮을 것 같아서 11시쯤 은행에 다녀왔다. 신용카드 분실해서 재발급 신청했고 나올 때 겸사겸사 은행에 가서 은행업무도 볼 예정으로 은행에서 수령하겠다고 신청했다.

주차를 어떻게 할까하다가 은행 지하주차장에 대고 은행에 입장했더니 세상에 대기가 20명이다. 잘하면 카페 출근을 못맞출 거 같아서 미리 말했는데 다행히 업무는 재빨리 끝나서 늦지 않게 카페에 갔다.

지난번 인터뷰했던 원고 검토해서 수정사항 전달했고 라디오방송 인터뷰 할 대본도 카페에서 뽑아서 읽으면서 연습했다. 전화는 차 안에서 받으려고 다음 타임 근무자인 ㄷㄹㅋ에게 30분 일찍 출근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름 긴장했는데 싱겁게 통화가 끝났다. 누군가는 들었으려나..

땡땡땡에서 미루고 미뤘던 향초만들기 워크숍을 하기로 했다. 낮에 ㅌㄹ가 데리고 카페에 들렀던 귀촌희망자 두 분도 함께 참여했다. 나보다 훨씬 전문가들이어서 도움받으며 잘 했다. 히히.

초 만들러 가기 전에 꽃집에 들러서 꽃다발을 하나 샀다. 우리 가지 예뻐해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시는 ㅅㄹ ㅇㅇ네 고양이가 많이 아파서 두 분 다 정신이 없다길래, 나는 뭘 할수 있을까. 병은 병원에서 고치고 마음은 친구들이 다스리는 거니까. 두 분을 위해 꽃을 사고 싶었다. 고산 꽃집에서는 어마어마한 화환같은 꽃다발을 만들어주셨는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로컬꽃다발. 전해드렸고 나는 즐거웠다. 마음에 드셨기를.

집에 와서 대충 씼고 잤다. 오자마자 화분을 헤집어 놓아서 가지의 방해를 피해가며 열심히 쓸어 담았으나 저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판단하에 하루만에 베란다로 내놓았다. 고양이와 식물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모습은 내 욕심이었을뿐. 망을 치든, 밖에 내놓든. 대책을 마련해야하는데 그때까지는 격리다.

내일 ㄴㅎ에게 실내텐트를 전해주기로 했다. 점심을 먹자고 해서 ㅇㄱ쌤에게 소고기 사달라고 하고 같이 가기로 했다. 어짜피.필요한 자리. 겸사겸사.

생리혈이 얼마나 나오는지 관찰하고 있다. 의사선생님 말씀대로 아마 양이 많이 늘은 것 같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생리통이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신경쓰이는 통증이고, 기분은 너무 좋아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막 하고 말았다.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