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8/01/08

20180104~0108

1.4.목
전날보단 낫지만 여전히 골골거린다. 그래도 5시에 퇴근하고 기차타고 본가에 갔다. 아빠 제사.
저녁먹을 시간에 맞춰 겨우 도착했고 저녁 먹고 계속 누워있었다.
제사음식은 엄마랑 언니랑 다 하고, 나랑 큰언니는 와서 그냥 자리만 지켰다.
조카들도 다 커서 그냥 자리만 지키고. 이렇게 엄마랑 언니랑만 고생하는 제사는 제발 그만하자고 매번 얘기하는데 다음해엔 어쩔란가 모르겠다. 말로는 엄마도 다음해부터는 가족식사로 대신하자고 하는데.
저녁에 인사하고 잤다. 계속 정신을 못차리고 자고 누워있었다.

1.5.금
아침에 아빠 산소에 다녀와서 기차타고 집에 왔다. 많이 나아진 것도 같지만 여전히 겔겔 거린다.
호성전기 간판 앞에서 찍은 옛날 사진을 찾고 싶었는데 아빠 사진만 있고 내 사진은 못찾았다. 대신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했다. 5학년 생활통지표에 말하기를 좋아한다고 써있어서 한참 웃었다. 집에 돌아와서 약기운에 취해 라디오방송을 겨우 마쳤다. 저녁밥으로 뭘 먹었더라. 안 먹진 않았을텐데 기억이 나지 않네.
원고 마감할 게 하나 남았는데 도저히 할 수 없어서 내일로 미뤘다.

1.6.토
아침에 일어나 후딱 원고를 썼다. 그림그릴 여력은 없어서 옛날 그림을 재활용했다. 그언젠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부지런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나여 칭찬한다. 그리고는 기운을 찾기 위해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고산미소시장에 한우갈비탕을 먹으러 나갔다. 정말 먹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아서 세수도 안하고 모자쓰고 잠옷 그대로 입고 약을 먹는 기분으로. 뛰어갔다왔다. 주변에서 분명 울엄마 같은 사람이 저기 혼자 온 여자가 있네 하면서 궁시렁거릴 거 같아서 그냥 고개숙이고 열심히 갈비탕만 먹었다. 생일날 마감하고 혼자 시골 정육식당에서 갈비탕이라니. 재미있다.

계속 자다가 저녁에 대전에 갔다. 내일 팟캐스트 녹음인데 하루 전에 가서 ㅁㅈ 집에서 자면서 타로도 보고 놀기로 했다. 아파서 많이 놀 수는 없지만 그래도 타로는 봐줄 수 있고. 집만 딱 빌려서 녹음하기도 미안하고 겸사겸사. 무리지만 움직이기로 했다.

ㅁㅈ가 단식중이어서 같이 밥은 못 먹었는데 나를 위해서 된장국도 끓여주고 돼지고기볶음도 줬다. 나름 아름다운 생일상. 오늘은 피곤하니까 일찍 자고 내일 아침에 타로 보기로 했다.

1.7.일
아침에 타로도 보고, 아침밥도 얻어 먹고, 뜨끈하게 잘 자서 몸도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 오랜만에 깊은 대화를 나눠보니 5년전 스무살일 때 만났을 때랑 많이 달라졌다. 듣는 나도, 말하는 이도 성숙했구나. 좋은 아침이었다. 친구들이 왔고 리허설과 녹음을 주우우욱. 점심을 나가서 먹고 다시 녹음 3시 반쯤 마치고 중앙동 스타벅스 옮겨서 회의를 마저했다. 잘 풀리진 않았지만 영차영차.

ㅁㅇ언니가 생일기념 식사를 하자고 대전까지 와주었다. 우리 회의할 때 옆에서 기다렸다가 끝나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성심당에서 하는 프라잉팬에 갔는데 한우스테이크 매진이고 생각보다 음식이 별로여서 조금 실망. 그치만 언니가 이렇게 굳이 챙겨서 와주고 밥사주고 선물주고. 앙 나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거야… 찻잔 선물 받고.
차마시고 10시 기차 타고 집에 돌아오닌 12시 거의 다 되었다. 아이고 돌아오니 하우스메이트 ㅇㅎ가 감기당첨이다…

1.8.월
몸이 조금 나아진 거 같아서 오랜만에 샤워했다. ㅇㅎ가 감기로 골골거리는 게 너무 걱정이네 누룽지라도 먹으라고 끓여놓고 나오기는 했는데. 나한테 옮았겠지. 아이구 미안해라. 카페 점심 매식이어서 오늘은 당당하게 고산미소에 가서 느긋하게 혼자 갈비탕 먹고 왔다. 한번 해봤다고 오늘은 아주 여유있다. 히히
그리고는 카페 근무. 손님은 없고. 사장님은 퇴근할 때 문 닫고 가라고 하심. 네네.
ㅂㅅㄹ이 감기 걱정을 하면서 뜨거운 우유랑 크림빵 먹으라고 해서 우유 잘 안먹는데 그냥 먹었다.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근데 그것도 좀 생각할 문제다,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기는 한데 그렇게 무턱대고 자기 주장만 하는게 한국남자의 특징이 아니던가. 흠. 나는 우유를 줄이라고 그랬다고 의사쌤이. 그래서 뜨거운 거 먹고 싶어서 두유 사다 스팀쳐서 먹었는데…
5시까지 근무고 7시에나 다음 근무자가 온다고 그래서 문을 잠깐 닫는다길래, 더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다음 당번(사장님)이 못 올 거 같다고 그냥 닫고 퇴근하라고 하셨다. 5시에 일찍 닫는다는 안내 문에 붙여놓고 퇴근했고 집에 오니 하루종일 앓은 게 분명한 동거인이 있다. 고기를 사다 구워줄 정성까지는 못내지만 치킨은 사다 먹을 수 있으니까 물어보니 먹을 수 있겠다고. 냄비 두 개를 들고 가서 테이크아웃해왔다. 치킨집에서는 나를 기억하시는듯. 난 부끄럽지 않아! 잘 먹고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