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가지가 박치기를 해대서 일어나 밥을 주고 다시 잤다. 6시 반쯤 또 박치기와 깨물기를 시작해서 또 밥을 줬다. 아무래도 내가 정말 가지에게 밥을 너무 조금 주는걸까? 흠. 병원에 간지 오래되어서 가긴 가야하는데 겨울이라 산책을 못나가고 있으니 병원도 가지 않고 있다. 날 좀 풀릴면 나가야지.
아침에 일어나 어제 일기도 못쓰고 완두콩 원고도 못쓰고 제대로 밤에 잠자리도 챙기지 않고 쓰러지듯 잠든 게 아쉽고 한심해서 어제의 나를 조금 미워했다. 황병기 명인이 작고하셨다는 뉴스를 들어서 추모의 마음으로 연주음반을 틀었다. 그러면서 팟캐스트 섭외를 하고, 일기를 쓰고, 또 이런저런 일들을 했는데 사실 보면 내가 일을 많이 해. 그러면서도 계속 나를 채찍질하지. 남을 부러워하고. 내 노고를 내가 알아주고 그래야하는데 왜 이렇게 가혹한가. 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제도 사실 한 게 왜 없어, 청년인턴 신청서 내고, 우체국도 가고, 카페 근무도 하고, 공연도 보고, 팟캐 섭외도 하고, 쇼핑도 하고, 가계부 정리도 하고, 아이고 많이도 했네. 그런데 안한 것만 생각하면서 원고도 안 쓰고 일기도 안 썼네 하고 있는거지. 그러지 맙시다. 저녁에 멍하니 트위터하고 노는 그런 시간이 나한테는 필수니까 어쩔수 없숴.
오늘 할 일은 라디오랑, 완두콩 원고 마갑입니다. 한국어교원자격심사 발표날이라서 9시 넘어 확인하니 역시 합격. 긴긴 여정이 드디어 끝났구나. 자격증이 실제로 오면 엄청 기쁠 거 같다. 하웃메이트 ㅇㅎ가 여행에서 맛있는 과자를 선물로 사왔다. 신난다. 히히.
오전에 일요일 팟캐 전화연결할 두 사람 섭외하고, 라디오 연습하고, 점심 먹고 1시 넘어서 나갔다. 아침 일찍 중앙도서관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냥 느지막히 고산으로 갔다. 어제 주문한 분도소세지도 와있을 거니까 찾아와야해서 그냥 고산으로 갔다. 중앙도서관에 굳이 갈 필요가 없지. 책을 빌리거 가는 것도 아닌데. 도서관에서 완두콩 원고 쓰고, 그림도 그리고, 편집해서 완성했다. 카페에서 출력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서 차에 노트북 들고 가서 방송했다.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내 할말만 생각하고 있어서 자연스럽지 못한 거 같으니까. 그치만 이정도면 잘하고 있는 걸꺼야. 다음주는 평창올림픽 개막이니까 강원도 소개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겠다고 했고 1월 출연료 안들어온 거 물어봤더니 피디한테 확인하고 알려준다고. 출연료는 전달치가 다음달 10일에 들어오는 거란다. 12월에는 말일 전에 들어오길래 원래 그달말에 들어오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어. 미리 알려주면 덜 민망했을 텐데 하긴 돈 안들어왔다고 물어보고 독촉하는게 민망한 일이 아닌데 좀 구차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지 말아야지. 총무과 모드로 돌변해서 돈애기 더더더 확실하게 하는 거다.
뭔가 더 하려고 했는데, 카페에 앉아서 인터뷰 원고를 쓸까, 다음주 라디오 대본을 미리 준비할까 하다가 오늘 하루 이미 원고 한 개, 방송 한 개 했으니 집에 가서 뒹굴거리며 쉬려고 들어왔다. 전주고용센터 담당선생님과 마지막 전화통화도 했다. 창업하고 나서 지원금 받을 수 있게 계속 기다려주셨는데 청년이음 사업 참여한다고 하니 이제 종료해도 될 거 같다고 하신다. 처음에는 이해 못하시고 자꾸 이상한 눈으로 물어보시고 그래서 피곤했는데 일년 여 한달에 한 번씩 통화하니 정들었다. 진심으로 걱정하시고 챙겨주시려고 그러는 것도 잘 알겠고. 집에 와서 저녁 챙겨먹고 비밀보장 들으면서 신나게 웃었다. 점심 나절에 오뎅 2천원어치 사와서 우동사리와 배추 넣어서 끓여먹었다. 저녁에는 군만두도 네 개나 구워 먹었다. 역시 과식.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원고를 쓸까. 인터뷰 샘플 원고를 쓰면야 좋지. 다음주 또 에세이 원고 마감도 하나 있고. 흠흠. 일단 내일생각하자. 오늘은 자기 전에 일기를 쓴다는 결심을 지켰잖아. 하루 3줄 마음 정리법도 손글씨로 쓰기 시작해야겠다.